최근 서울 강남과 분당 용인 등지의 집값 폭등에 놀란 정부가 13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머리를 맞댄 관계장관들은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말 대통령 주재회의에서 종합대책을 최종 확정 발표하기 위해 참석자들의 '입단속'을 했다는 얘기도 있지만,정부로서도 더 이상 어떤 카드를 내놓아야 집값이 잡힐지 확신을 갖지 못한 결과라는 후문이다. 지난 2003년 '10ㆍ29대책' 이후 정부는 손가락으로 세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그 효과는 잠시 뿐이었고,강남 등지의 집값은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르곤 했다. "세금 중과와 거래억제,재건축 규제 등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대책을 대부분 썼는 데도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이런 정부 대책이 더 이상 실효성이 있는지 회의가 들 정도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 온 정부 당국자조차 이런 하소연을 할 정도이고 보면 정부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헤아릴 만하다. 그러나 시장에선 정부의 자충수를 비판한다.시장엔 투기든,실수요든 주택 수요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그걸 억누르기만 하다 보니 집값은 애당초 잡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현 정부의 '성격'도 집값을 잡는 데 부정적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전문가들은 집값 급등의 근원인 중대형 아파트 수요부족 해소를 위해 강남의 재건축 층고 제한 등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분배를 중시하는 현 정부로선 그런 선택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강남 재건축 규제를 풀면 일시적이나마 강남권 아파트 값이 폭등할텐데,비(非)강남지역 서민들의 '박탈감'에 따른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기에는 정부의 '코드'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건 세무조사가 아니다. 어쩌면 대통령의 빠른 '학습 효과'일지 모른다. 수요억제책의 한계를 느낀 대통령이 과감한 공급 확대로 부동산 정책기조를 바꿔 시장이 급속히 안정되면,결국 거품이 빠지고 손해를 보는 건 투기꾼들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한 부동산시장 전문가의 독백이 헛된 분석만은 아니란 생각이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