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李廷雨) 정책기획위원장이 지난달 10일 계룡대에서 군 수뇌부를 대상으로 한 `동북아 균형자론' 특별강연 내용이 8일자 `청와대 브리핑'에 실렸다. 이 위원장은 특강을 통해 `동북아 균형자론'이 나온 배경을 소개한 뒤 다양한 역사적 사실 및 일화 등을 들어가며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 및 전망을 설명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학익진(鶴翼陣) 등을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 실현을 위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노력에 간접적으로 대입시켜 눈길을 끌었다. 우선 이 위원장은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있다"며 "강대국의 틈바구니를 헤쳐 나가기 위한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며 이 때문에 동북아 균형자론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고정관념대로 가지 않으며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길을 간다"며 "동북아 균형자론도 과거 같으면 감히 말 못할 사안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는 이순신 장군이 구사한 학익진이 당시 `해전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전술이었다고 설명한 부분과 맥이 닿아있다. `독창성'에 있어서 학익진과 동북아 균형자론이 통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대통령부터 기득권을 많이 포기했다. `포기의 미학' 같은 것을 느낀다"며 "가야 할 길을 꿋꿋이 가는 노 대통령에게서 솔직, 기개를 느끼며 이런 분이 국군 통수권자가 된 것이 마음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그는 "참여정부는 `인생감의기'(人生感意氣.인생은 의기를 느끼는 것)의 기개를 갖고 있다"며 "지난 2년에 대해 비판하고 불안해 하는 국민이 많았으나 앞으로는 서서히 오해와 불안이 씻겨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참여정부는 역대 정부처럼 10%대로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퇴장하지는 않을 것이며 물러날 때 그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한 뒤 "우리가 주변 강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은 약하지만 이순신의 지혜와 국민의 신뢰를 갖춘다면 충분히 균형자, 조정자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이와 함께 12개 국정과제위원회를 이순신 장군의 12척의 배에 비유하면서 "참여정부는 크고 작은 실수가 있긴 하나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바라보는 기본 사고방식은 과거 정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어렵더라도 거짓말하거나 순간을 모면하고 덮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우리는 전쟁에서 이기는 비결이 군사력 뿐아니라 국민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이순신 장군에게서 배울 수 있다"며 "싹터가는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국방개혁의 기본철학이 돼야 할 것"이라고 군 수뇌부에 `조언'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