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에 신선한 인사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3일 단행된 외교부 과장급 인사에서 사실상 `한직'으로 분류되던 영사과장을 서로 하겠다며 지원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5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인사에서 영사과장직에 모두 6명이 몰려 6대 1의 `충격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이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현상이다. 외교부의 전통적인 인기보직인 북미국과 아시아태평양국 산하 과장 인사 평균 경쟁률 3∼4대 1을 배 가량 상회한 것이다. 그나마 지원자가 당초 12∼13명까지 이른 것을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는 지적에 따라 거르고 거른 결과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상전벽해(桑田碧海)를 느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650만 재외동포와 920만(2004년 통계) 해외여행자를 상대해야 하는 영사과는 민원부서라는 특성상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기피부서로 인식돼 왔던 게 사실이다. 이전에는 영사과장 지원자가 주로 행정직이었고 그나마도 지원자가 없어 `인센티브를 줄 테니 제발 맡아달라'고 읍소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쟁쟁한 외교직이 지원자의 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원자들은 인사담당자들에게 "정말 잘할 수 있으니 뽑아달라"며 `청탁'을 해왔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던 외교부는 인사위를 소집, 고심속에 이영호 지역통상국 동남아통상과장을 낙점했다. 매년 늘어가는 해외여행자와 재외동포를 챙기는 재외공관 영사와 본부 영사국 인원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해 외교부 내에서 최악의 근무환경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작년 고(故) 김선일씨 사건과 남 아시아 쓰나미(지진해일) 등 굵직한 사고들이 국민 뿐 아니라 외교부 직원들에게 영사업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였고 이를 겪으면서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이준규 영사국장과 이수존 영사과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노력도 인식제고에 일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선일 사건과 쓰나미 등을 겪으면서 영사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돼 이제는 고생한 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부서로 인식되고 있다"며 "대국민 영사서비스에 대한 외교부내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