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 현 종합주가지수(KOSPI) 등장 이래 처음으로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측정하기 위해 새로 개발된 지표 KRX100지수가 마침내 1일 첫 발표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대체로 "종합주가지수에 비해 시장의 움직임을 좀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너무 많은 종목수와 오랫동안 뿌리박힌 시장의 인식 등을 이유로 종합주가지수의 대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 1,964.43 출발..KOSPI는 약보합.KRX100은 강보합 마감 = 삼성전자 등 유가증권시장 87개 종목, NHN 등 코스닥시장 13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100은 이날 오전 9시1분 1,964.43으로 투자자들에게 첫 모습을 드러냈다. KRX100의 기준 시점이 지난 2001년 1월2일인 만큼, 이 당시에 비해 주가수준이 2배 가량 오른 셈이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이 과거 1980년대말과 1994년, 1999년 등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었던 시점에 비해 시가총액이 2배 이상 불어나고 대표 종목들의 주가가 최고 3∼4배나 뛰었음에도 여전히 1,000포인트를 천장으로 쳇바퀴 돌기를 반복하던 '지수의 굴레'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첫날 마감 결과도 양 시장 최우량주로 구성된 KRX100의 흐름이 종합주가지수보다 강한 것으로 결론났다. 전날 970.21로 마감한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963.78을 저점으로, 972.56을 고점으로 각각 -0.66%∼0.24%선의 움직임을 보였고 전날 종가가 1,975.71로 산정된 KRX100은 각각 1,963.42, 1,982.00에서 저점과 고점을 기록하며 -0.62%∼0.32% 선에서 움직여 장중 두드러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종가는 종합주가지수와 KRX100지수가 각각 969.51과 1,977.80로 종합주가지수가 0.07% 하락한 것과 달리, KRX100지수는 0.11% 상승했다.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주가지수에 비해 양 시장 대표종목으로 구성된 KRX100이 덜 떨어지고 더 오른 셈이다. ◆ 주지표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 = KRX100 지수는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나 영국 런던증시의 FTSE100 지수처럼 장기적으로는 종합주가지수를 넘어서 한국시장을 대표하는 지수로 기능하기 위해 새로이 산정된 것이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이 지수가 과연 종합주가지수를 대신해 한국 증시의 얼굴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단언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 김세중 애널리스트는 "KRX100은 시장을 대표하는 흐름을 반영한다는데 의미가 있으며 비유동주식인 일부 대형주의 주가움직임에 따라 지수가 움직이며 시장움직임과 괴리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새 지수는 관련 선물이 없어 상품운용이 어려운데다 펀드들이 벤치마크하거나 실적 평가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현재 KRX100을 바탕으로 한 지수선물 상품의 개발을 연구,검토한 뒤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아직 불확실한 실정이다. 대표상품 KOSPI200 지수선물이 이미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투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한 터에 이를 KRX100 지수선물로 선뜻 대체하기 쉽지 않은데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두 가지 상품을 공존시키기는 힘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후발 지수가 선발 지수를 대체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경우 닛케이225 지수 뒤에 토픽스 지수가 나왔지만 여전히 닛케이 지수가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 "차별성 부족이 최대약점" = KRX100 지수가 종합주가지수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장관계자들의 전망도 다소 유보적이지만 이날 처음 발표된 KRX100 지수 자체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구성 종목이 너무 많아 차별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지적사항이다. 랜드마크자산운용의 주식운용담당 양신호 매니저는 "새 지수에 코스닥 종목이 편입됐다지만 원래 규모가 작아 KRX100이 종합주가지수나 KOSPI200과 큰 차이를 보이기 힘들다"며 "고객들이 시장의 등락을 종합주가지수를 통해 파악하는 상황에서 이를 단기간내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차별성 확보를 위해서는 지수포함 종목을 다우존스 지수처럼 대폭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KOSPI200 지수를 기준으로 이뤄진 차익거래도 대부분 실제로는 100종목 안에서 이뤄져왔기 때문에 KRX100은 일부 코스닥 종목이 포함됐다는 것외에 뚜렷한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펀드 등 기관투자가들의 100개 안팎 대표종목 중심 거래와 이를 통한 지수 움직임 추적은 이전부터 이미 일상화돼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따라서 구성종목을 최우량 50개종목 이내로 줄여 확실한 선도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지수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