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구조의 변화로 미국에서 상품 소비 행태로만 봐서는 계층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신분간 격차를 드러내주는 소비는 여전히 존재하며 특히 서비스업에서 이를 찾아볼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미국의 계층문제를 다룬 기획 연재보도의 7회째 기사에서 과거에 신분과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고급승용차나 가전제품, 크루즈 여행, 주택 등은 이제 중산층이나 심지어 서민계층까지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돼 계층을 구분하는 잣대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휴대전화가 부의 상징처럼 여겨진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가격하락으로 인해 휴대전화 가입자는 10년전의 거의 8배인 1억7천600만명이나 된다. 이제는 어떤 사람이 벤츠나 BMW 승용차를 탄다고 해서, 좋은 집에 살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부자라고 할 수도 없다. 계층간 소비행태의 구분이 모호해진데는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노동력으로 제조된 값싼 수입품의 범람과 아웃소싱의 일반화 등 경제구조의 변화와 미국 소득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에도 원인이 있지만 금융기법이 발달함에 따라 저소득층이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고급제품을 `신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원인이 됐다고 뉴욕 타임스는 풀이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부유층과 일반인의 구분이 없어진 것은 아니라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부유층이 점점 더 일반인과 구분되는 자신들만의 지역에서 따로 모여 사는 현상도 여전히 남아있는 계층 구분의 한 사례지만 무엇보다도 구매하는 서비스에서 부유층과 서민계층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 `대량의 풍요'를 저술한 폴 뉸스씨는 "지금 최상류층임을 나타내는 징표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 네일 살롱에서 서비스받는 시간,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의 수"라고 지적했다. 뉴욕대학의 달튼 콘리 교수(사회학)는 이처럼 계층을 구분해주는 서비스를 `지위상품(positional goods)'이라고 지칭했다. 콘리 교수는 예를 들어 경제적 여유가 없어 베이비 시터(아이 돌보는 사람)에게 아이의 등하교를 맡기는 부부는 둘 가운데 하나가 직접 아이를 뒷바라지할만큼 여유있는 부부에 비해 일반적으로 경제적 지위가 낮겠지만 아이를 하루종일 보살피는 유모를 고용할 수 있는 가정은 최상류층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전속요리사를 두는 것도 최상류층이 아니면 힘든 일이다. 전속 요리사가 새로운 신분의 상징이 되다보니 그 수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전속 요리사 수는 9천명으로 10년전의 400명에 비하면 25배나 증가했다. 이밖에도 한번에 800달러(한화 약 80만원)이나 되는 최고급 미용실에서의 머리손질이나 한끼 350달러에 이르는 최고급 일식당 메뉴, 시간당 400달러짜리 수학과외, 프랑스 고성(古城)에서의 여름캠프 등이 신분을 드러내는 새로운 상품이 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