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풍'에 출연 중인 장동건과 이정재가 각각 3개 이상의 외국어 연기에 도전하고 있다. 장동건은 연말 개봉을 준비 중인 다국적 프로젝트 '무극'에서 중국어 연기를 한 데 이어 현재 75% 가량 촬영을 마친 '태풍'에서 태국어와 러시아어 그리고, 함경도 사투리까지 각기 다른 4개의 '언어'를 연기한다. 또, 이정재는 이 영화에서 영어와 러시아어 연기를 선보여 한국어와 함께 3개국어로 연기한다. 곽경택 감독의 '태풍'(제작 진인사필름)은 남북한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뒤 동남아를 근거지로 활동하며 한반도에 복수를 시도하는 해적 씬(장동건)과 그로부터 조국을 지키려는 남한의 해군 장교 강세종(이정재) 사이의 운명적인 대결을 그린 영화로 한국을 비롯해 러시아와 태국 등을 돌며 촬영을 진행 중이다. 두 사람이 여러 언어로 연기하고 있는 것은 장동건이 연기하는 인물 '씬'은 탈북자 출신에 러시아와 태국 등에서 해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캐릭터며 이정재가 연기하는 강세종은 4개국어가 능통한 엘리트 군인이기 때문이다. 두 배우 모두 외국어 연기에 애를 먹었지만 외국에서의 분량을 따져보면 고생의 무게는 장동건 쪽이 더 심했다고. 장동건은 26일 부산의 촬영장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곽경택 감독에 대한 믿음 덕에 인물의 성격을 잡는 데는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태국어와 러시아어, 북한 사투리까지 써야했던 게 가장 어려웠던 점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해외 로케이션에 배우들의 외국어 연기까지 담겨 있는 이 다국적 대형 프로젝트는 영화 완성 전부터 벌써부터 해외 영화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일본의 도시바 엔터테인먼트에 3억엔(2억엔 판권 판매, 1억엔 지분 투자)의 투자를 받기로 한 데 이어 최근 열린 칸 마켓에서 1억엔의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으며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구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영화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일단은 판매를 홀드시켜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초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영화의 막바지 촬영을 진행할 예정인 '태풍'은 후반 작업 후 12월께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다음은 두 사람이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전작 '태극기 휘날리며'와 비교한다면. ▲'태극기 휘날리며'가 남과 북 분단된 현실이라는 주제를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려냈다면 '태풍'은 남한, 북한 두 젊은이의 대결을 통해서 그려낸다는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장동건, 이하 장) --이전 작품의 캐릭터와 다른 느낌이다. ▲작품 고를 때 남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 몇년간 작품 선정에 신중했다. 곽 감독님이 이 영화를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찾아가서 출연을 시켜달라고 졸랐다. '씬'이라는 인물의 과거가 가슴이 시린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와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춰가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장동건과는 오래 전부터 꼭 같이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실제 같이 호흡을 맞춰보니 편해서 좋다. (이정재, 이하 이) --해적 '씬'이라는 인물이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캐릭터는 아니다. ▲일상적인 역할을 연기해 본 적이 꽤 오래됐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에서 연기자의 재미는 사실 이런 남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데 있는 것 같다. 그런 개인적인 선호도가 작품 선택에 작용한 것 같다. (장) --캐릭터 설정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태국어, 러시아어, 북한 사투리까지 써야 했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곽 감독을 신뢰한다. '친구'에서 같이 작업했었고 그때 당시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어떤 것 부분들까지 끄집어내줬었다. 이 때문에 캐릭터 자체에 대한 특별한 걱정은 없었다. (장) (부산=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