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왜 살아나지 않는지 참 답답하다." 지난 주말 올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기대에 못미친 2.7%로 발표된 이후 재정경제부 관계자들이 입을 맞춘 듯하는 소리다. 올해 저금리를 유지하며 상반기엔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하반기엔 종합투자계획을 실행해 내수를 살린다는 그림을 그렸던 재경부로선 이런 정책들이 아직 약발을 내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만도 하다. 한 관계자는 풀리지 않는 답답함의 한 원인을 "매크로(거시) 정책이 마이크로(미시)로 전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시정책 부처인 재경부가 돈을 풀고, 투자 기회를 만들어도 이를 집행해야 할 미시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손발을 못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재정 조기집행만 해도 그렇다. 재경부는 지난 4월말까지 올 예산 195조원의 39.8%인 77조5000억원을 풀었다. 하지만 그 돈은 장부상으로만 쓰였지,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늑장으로 민간기업으로는 아직 흘러가지 않은 상태다. 하반기 3조원 집행을 목표로 세운 종합투자계획도 소극적인 지자체와 절차상 문제 때문에 절반이나 제대로 쓰일지도 의문이다. 새만금 간척이나 사패산 터널 등 공사가 중단된 대형 국책사업들은 어떤가. 계획대로 진행이 됐더라면 수조원의 투자효과가 생겨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정도는 더 높였을 이들 국책사업은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밀려 올스톱 상태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최근 시민단체 대표들에게 "대안 없는 비판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재경부의 답답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거시를 따라오지 못하는 미시 탓'만 할 일은 아닐 성 싶다. 변화된 정책환경에 맞춰 지자체 시민단체 등의 협조까지 고려한 거시정책을 짜지 못한 재경부에도 아쉬움이 남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시정책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답답해만 할 때가 아니다. 왜 정책이 통하지 않는지, 미시가 움직이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란 얘기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