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정부 지시로 재건축아파트의 이주비 대출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들이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의 이중.삼중 규제에다 대출한도까지 축소되자 향후 재건축사업 추진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주계획을 세우고 있는 서울 잠실5단지 재건축추진위 관계자는 22일 "일부 은행이 3%대의 낮은 이주비 대출금리를 제시해와 검토 중이었지만 정부 지시로 이번에 대출한도가 축소되면 조합원 부담이 그만큼 늘 수밖에 없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주에 들어간 반포주공 2단지 재건축조합 측은 "대형은행 두 곳으로부터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0.6%포인트'의 낮은 금리로 평당 500만원씩 이주비 대출을 받고 있다"면서 "은행이 대출한도를 줄이면 이미 대출받은 주민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가락시영 재건축조합설립추진위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 한도까지 줄이기로 한 것은 현 정부 안에서는 재건축 얘기를 아예 꺼내지도 말라는 것"이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런 가운데 이주비 대출 한도 축소 등의 조치가 결국 시공사나 일반청약자들의 부담으로 떠넘겨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조합들이 시공사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고 있는 마당에 조합원들의 금융부담이 커지면 우선 시공사에 매달리게 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결국 일반분양분의 분양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각 은행에 공문을 보내 "금리경쟁을 자제하고 이주비 대출 한도를 엄격 적용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 분양가 7억원에 조합원 분담금이 2억원인 재건축아파트를 예로 들면 종전에는 4억2000만원(분양가의 60%)까지 이주비를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2억원(분양가에서 분담금을 뺀 금액의 40%)만 가능하게 돼 조합원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장진모.조재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