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 대형화가 증시의 체질도 바꾸고 있다. 중.장기 펀드 자금이 주식시장의 최대 매수기반으로 떠오르면서 과거 국내 증시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던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증시의 맷집이 세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지수흐름만 봐도 그렇다. 지난 3월 이후 환율하락,고유가,미 금리 인상 등 3재(災)에 이어 북핵까지 악재로 등장했는데도 종합주가지수는 꿋꿋이 900선을 지켜냈다. 과거에는 1000포인트가 허물어지면 곧바로 700∼800선까지 밀리곤 했다. 지난 2000년 1월 초에도 지수 1000이 무너지자 한달보름 만에 900선 밑으로 내려갔으며,4월 중순에는 800선도 깨졌다.이후 한달 만에 100포인트씩 빠져 같은해 하반기에는 500대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실히 달랐다. 증시 비중이 가장 큰 외국인마저 대량 매도에 나섰는데도 900선 초반을 지킨 후 오히려 강한 반등세를 타고 있다. 이는 증시 조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펀드 중에서도 일등공신은 역시 적립식펀드와 변액보험이다. 작년부터 자리잡기 시작한 적립식펀드 투자문화는 올들어 급속히 확산되며 매달 4000억∼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증시로 유입시키는 위력을 발휘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손동식 상무는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는 적립식펀드는 장기간 투자할 경우 평균 매수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생긴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조정장에서도 돈은 꾸준히 유입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3월 이후 두 달간의 조정장에서도 적립식펀드가 기반이 된 기관 자금은 1조5000억원 가량이 순유입되며 지수를 방어했다. 같은 기간 이익실현이나 손절매에 나선 외국인과 개인이 2조원,5000억원씩 순매도한 것과는 상반된다. 보험사가 판매하는 변액보험도 증시의 탄탄한 매수기반이 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자산 중 일정 비율을 증시에 투자하는 변액보험은 최근들어 매달 4000억원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기관 중에서도 올들어 보험사가 가장 일관되게 매수우위 입장을 견지하며 지수하락을 막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기업연금이 도입될 경우 증시는 2차 부흥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홍 랜드마크투신 대표는 "미국 증시가 1980년대 중반 기업연금제도(401K) 도입을 기점으로 장기 투자가 완전히 정착되면서 10년간 대세상승을 이어갔듯이 국내 증시도 빠르면 올해 말 도입 예정인 기업연금을 계기로 또 한단계 질적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