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한 소식을 전세계에 타전하기까지는 갖가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황 교수는 연구성과 발표가 임박했다는 내용을 전해 듣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기자들을 "아직 확정된게 없다" 등의 답변으로 따돌렸으며 자신을 수행하는 `경호원'에게 전화를 받게 해 아예 기자와 전화를 피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연구성과 발표 이틀 전에는 숙소로 사용하던 스코틀랜드의 한 호텔서 화재경보기 오작동 사고가 발생해 속옷 차림으로 호텔 밖까지 대피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지난 14일 황 교수가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20일 연구성과를 발표하기까지 긴박했던 순간을 날짜별로 정리해본다. ▲ 14일 "논문발표 여부 아직 확정된 게 없다" 황 교수는 지난 14일 오후 3시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출국했다. 당시 황 교수는 "이번 출장은 미국측 공동연구자인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와 연구성과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연구성과 발표와는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도착 후에도 연구성과 발표 여부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며 일절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황 교수는 이날 출국 후 논문 게재가 확정된 사이언스측과 이번 연구성과에 대한 기자회견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5일에는 워싱턴 인근의 한 호텔에서 재미동포 400여명을 대상으로 생명공학특강을 개최했는데 이날도 그는 연구성과 발표 여부에 대해 "아직 확정된게 없다"면서 답변을 피했다. ▲ 16일 사이언스지, 황 교수팀 연구성과 기자회견 공식 발표 황 교수의 이 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학진흥(AAAS)에서 발간하는 사이언스지는 한국시간으로 16일 오후 6시께 회원기자들에게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 발표 일정과 연구내용 등을 공개했다. 당시 사이언스측은 황 교수의 연구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기자들에게 제공하면서 한국시간으로 20일 새벽 3시까지 보도하지 말것을 요청했다. 또한 19일 오후 8시30분으로 잡혀있던 기자회견도 취재 후 3시 이후에 보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황 교수는 사이언스측의 엠바고(보도유예) 요청이 있은 후에야 논문 게재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엠바고가 깨질 가능성 때문에 보도자료 이외의 어떤 설명도 해줄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 17일 "나 지금 속옷만 입고 대피 중이야" 황 교수는 17일에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건너가 한ㆍ스코틀랜드 생명공학포럼에 참석하고 이어 세계 최초의 복제동물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의 이언 윌무트 박사와 함께 로슬린연구소를 둘러봤다. 하지만 황 교수는 이날도 현장에 취재 온 기자들에게 연구성과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은 채 숙소로 돌아갔으며 포럼이 끝난 후 열린 저녁만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부터 황 교수의 휴대전화도 수행 중인 경호원이 받기 시작했다. 이튿날인 18일 오전 7시(현지시간)께 기자의 전화를 받은 황 교수는 다급한 목소리로 "지금 불이 나서 간신히 속옷만 입고 대피 중이다. 나중에 통화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실제로 당시 황 교수의 휴대전화에서는 호텔의 화재경보장치에서 나오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이후 통화에서 황 교수는 "불이 나 간신히 1층으로 대피했다가 돌아왔다"면서 "화재 경보기가 오작동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19일 "엠바고 깨지면 한국 언론과 전쟁하겠다" 사이언스측으로부터 연구성과를 먼저 입수한 국내 일부 언론들은 연구성과를 집중 조명하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날 기자회견이 한국시간으로 19일 오후 9시30분으로 예정보다 1시간 늦춰졌지만 사이언스측에서는 20일 오전 3시까지 엠바고를 지켜달라고 종전의 입장을 고수했다. 사이언스는 특히 한국 언론의 엠바고 준수를 황 교수를 통해 여러 차례 당부했는데 이는 지난해 국내 모 언론에서 엠바고를 깬 전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황 교수는 분석했다. 그러나 이날 낮 12시가 지나면서 독일의 통신사인 DPA와 미국의 통신사인 AP는 사이언스측의 `사전 보도 절대불가' 입장과 달리 황 교수의 연구성과를 전세계 언론기관에 타전했다. 이는 AP나 연합뉴스와 같은 통신사의 경우 회원사들에 미리 기사를 내보낼 수 있도록 한 사이언스측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 이에 따라 국내 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도 국내 언론기관에 한해 '20일 오전 3시 이후 보도'를 전제로 이날 오후 2시께 기사를 내보낼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 때부터 황 교수는 "연합뉴스가 기사를 내보내면 다른 언론이 이 뉴스를 받아 엠바고가 깨질 수 있다"면서 보도자제를 요청했다. 그는 "만약 엠바고 시간 이전에 기사가 나간다면 해당 언론사는 (나와)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상 주요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국제학술지는 연합뉴스와 같은 `통신뉴스사(와이어서비스)'의 경우에 한해 엠바고 시간 12시간 이전에 기사 첫머리에 엠바고를 표시하는 방법으로 미리 기사를 송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신문이나 방송이 미리 뉴스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날도 외신이 이미 전 세계에 기사를 타전한 상황이어서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 도 이같은 룰이 적용될 수 있었지만, 황 교수는 한국의 언론에 대해서는 `절대 보도금지'만을 요구하며 보도를 막아섰다. 결국 황 교수팀의 연구성과를 담은 기사는 여러 외신에 보도되고 난 뒤 우여곡절끝에 무려 9시간이나 늦은 9시30분께 연합뉴스를 통해 국내 언론기관에 타전될 수 있었다. 한편 이날 런던에서 2시간여 동안 계속된 기자회견에서 전세계 기자들로부터 질문공세에 시달린 황우석 교수는 "어제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근처에 한국식당이 있으면 예약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김길원기자 bio@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