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등 차세대 게임기 업체들이 이번 E3 게임전시회를 계기로 PC 일변도였던 온라인게임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특히 MS가 한국형 온라인게임 모델을 대폭 받아들이는 등 한국 게임업계에 대한 '구애'를 펼치고 있으나 엔씨소프트[036570]와 웹젠[069080] 등 국내 주요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MS와 국내 업계 등에 따르면 MS는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의 온라인 서비스(X박스 라이브)에서 소프트웨어(SW) 무료 배포와 정액 요금제, 게임업체 서버 자체 운영 등 한국 다중온라인(MMO) 게임 사업모델을 대폭 수용하기로 했다. 국내 게임업체 관계자는 "MS가 X박스 라이브에서 SW 배포 방식과 과금모델 등을 게임 개발사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서버도 최초 인증만 거친 뒤 게임업체가 자체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MS와의 수익분배 방식도 기존의 패키지당 로열티 지급보다 정액요금제가 게임업체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정해졌으며 게임 출시 전 거치게 돼 있는 MS의 품질검사 절차도 소규모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생략할 수 있는 등 매우 유연한 모델을 MS가 도입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MS는 X박스360에서 멀티플레이 등 기존의 유료 라이브 서비스를 무료화하고 대신 원하는 상대를 쉽게 고르는 등의 고급 기능을 유료로 제공하기로 해 한국 인터넷사업의 기본인 기본 서비스 무료-프리미엄 서비스 유료화 추세를 따라오고 있다. 또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게임 아이템 등 콘텐츠를 구입하게 해 한국형 아이템 판매 부분유료화 모델의 가능성을 열어놓았을 뿐더러 카드 등 캐주얼게임을 제공해 일반 이용자들도 끌어들이겠다고 공언하는 등 한국 온라인게임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벤치마킹하고 있다. MS의 이같은 결정은 온라인게임이 주류인 한국ㆍ중국ㆍ동남아 등지의 시장을 공략하고 캐주얼게임-부분유료화 모델을 통해 일반 사용자까지 게임으로 끌어들인 한국 온라인게임의 성공사례를 북미 등 세계 시장에 적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MS 관계자는 "본사 고위급 인사가 작년 상반기부터 1년 가까이 한국을 수시로 방문해 주요 게임업체들을 모두 접촉하고 상세한 시장 조사를 실시해 방대한 보고를 올렸다"며 "조사 결과가 새로운 온라인 정책에 대폭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MS보다는 늦었지만 소니도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에서 네트워크 기능을 크게 강화해 온라인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커뮤니티와 미디어 콘텐츠, 상거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온라인을 사실상 도외시했던 닌텐도도 차세대 게임기 '레볼루션'에서 무선랜을 통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게임기에서도 온라인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대해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 '헉슬리'를 X박스360으로 내놓는 웹젠은 다른 게임들도 시장환경에 따라 X박스360 등 차세대 게임기로 이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웹젠 관계자는 "X박스 라이브가 MS와 웹젠간의 원활한 정보교류를 통해 기술적으로도 온라인게임 서비스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크게 발전했고 정책도 매우 부드러워졌다"며 "온라인게임의 X박스360 이식에 기본적으로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엔씨는 일단 PC시장에 집중하고 게임기 진출은 북미 등 해외시장 공략의 방편 차원으로 신중히 접근할 방침이다. 김택진 엔씨 사장은 이날 "X박스360용 게임을 내놓는 것을 MS와 협의했으나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조건이 맞으면 할 뿐 전사적으로 게임기 시장을 미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MS나 소니나 한국 등지의 온라인게임 시장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게임기의 한국 시장 공략은 한계가 있다"며 "우리는 PC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으며 이쪽 시장은 계속 PC중심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게임기의 온라인게임 시장 진출로 이제 우리가 게임기 시장을 개척하거나 그쪽에 온라인게임 시장을 개척당하거나 둘 중 하나(엔씨 고위관계자)"라는 말대로 거대 게임기 업체들의 움직임이 향후 한국 게임업계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