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대가 교육 현안에 대해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총장을 만나 대화를 나눔으로써 대립 구도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서울대는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3불(不) 원칙' 고수, 총장간선제 원칙 등 교육부 정책에 대해 정운찬 총장부터 평교수 단체에 이르기까지 대학 자율성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했던 것이 사실. 김 부총리가 서울대를 비롯한 3개대 총장을 만나 대학의 어려움을 듣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함에 따라 정부-대학 간 갈등 양상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게 교육계 공통의 전망이다. 그러나 국회 교육위 소속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이 정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이 문제가 정치권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전문대학원 전환과 총장간선제 추진 등은 대학 구성원이 대부분 반발하는 사안이어서 문제가 완전히 풀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왜 만나 무슨 논의했나 = 교육부와 서울대 등에 따르면 김 부총리는 18일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정창영 연세대 총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을 초청해 조찬을 함께 했다. 이날 모임은 최근 교육부와 서울대를 비롯한 대학들이 대학 구조개혁과 새 대입제도 등의 정책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는 지적이 연달아 나오자 김 부총리가 정책 협조 차원에서 요청했고 총장들이 흔쾌히 받아들여 이뤄졌다. 김영식 차관이 합석하고 실무자를 배석시키지 않은 가운데 5명만 참석한 조찬회동에서는 대학 운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는 대학에 자율권을 되도록 많이 부여해주고 대학은 공교육을 내실화하려는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를 금지하는 이른바 `3불 원칙'에 대한 토론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교육부 및 서울대 관계자의 전언. 정 연세대 총장과 어 고려대 총장은 "기여입학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했고 "고교등급제도 해서는 안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 두 대학이 가끔 기여입학제 도입을 주장해왔고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고교 간 학력격차를 전형에 반영해 교육부로부터 재정 지원 제재를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를 도입하거나 실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3불 원칙 가운데 1~2개는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던 정 서울대 총장은 본고사와 관련해 "내신만 갖고 신입생을 선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새 대입제도에 따른전형방법 개발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과거 실시했던 것과 같은 본고사가 다시 도입되면 엄청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그 밖의 대학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교육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교육부와 대학측이 사사건건 대립하고 부딪치는 것으로 비쳐지는 만큼 앞으로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또 총장간선제, 의학과 법학 등 전문대학원 체제, 대학 구조개혁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대립구도 풀리나 = 서울대는 최근 교육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특히 그동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해 서울대는 총장 사견을 전제로 하거나 입학관계자 등 실무 차원에서 불만을 토로해왔으나 지난 16일에는 학내 최고의결기구인 평의원회까지 `총장직선제 선관위 위탁 관리 및 총장간선제 원칙' 거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교육부와 정면으로 맞서는 양상을 보였다. 정 서울대 총장도 지난 12일 교직원 특강에서 "정부는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을 돌려줘야 한다"며 "3불 정책 중 한두개는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도 최근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문제를 두고 찬반 투표를 벌여 압도적인 차이로 반대 입장을 결정하면서 교육부가 전환을 `강요ㆍ압박'했다고 강조했다. 총장, 단과대, 교수단체의 일치된 모습을 보여준 서울대의 이런 반발에는 `대학 자율성의 침해'라는 학내 구성원의 공감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도 공식 입장 표명은 없었지만 서울대의 `자기중심적 행보'에 불만을 나타냈다. 의학대학원 전환, 총장 선임 방식은 대학 자율로 결정하도록 강조하면서 `권유'하는 수준임에도 `협박'이라도 한 것처럼 과대 반응했고 `3불 정책'은 초ㆍ중등교육 정상화라는 더 큰 명분을 갖고 있음에도 `국립대'인 서울대가 나서서 대학 자율권만 주장한다는 것. 그러나 이날 교육부 수장이 서울대를 비롯한 3개대 수장을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갈등 양상은 일단 잠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해가 풀린 만큼 앞으로는 화합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립대의 총장직선제의 선거관리위원회 위탁 관리 관련 법령이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 통과돼 시행되는 데다 교육부가 총장간선제 원칙 방침까지 밝힌 뒤 서울대 등 국립대가 일제히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서울대는 이미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표명했고 이에 대응해 교육부도 `두뇌한국(BK) 21' 사업 및 법학전문대학원 선정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해결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 따라서 본질적 문제에서 이해관계가 계속 엇갈리고 있는 만큼 실무 차원의 해결방안이 모색되지 않을 경우 화해가 미봉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 기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