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정상화 이끄는 회담돼야" 대북 전문가들은 오는 16일 열릴 남북 차관급회담과 관련, 북측이 당국간 회담에 호응하고 나선 만큼 남북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내는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장관급회담으로 연결될 수 있는 호기일 수 있기 때문에 핵문제를 집중 거론해 회담이 좌초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전문가 코멘트 가나다 순) ▲고유환 동국대 교수 = 북한이 핵문제를 마냥 계속 끌고 갈 수 없다고 판단, 큰 틀에서 해결의 가닥을 잡고 남북관계도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핵문제가 미국과 풀어야 할 일이라고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이 북측의 위기전술에 꿈쩍도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남북관계와 연계해서 풀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6.15 공동선언 5주년을 계기로 시급한 문제인 비료와 식량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중간형태의 실무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측은 회담에서 남북관계 정체 요인이 됐던 몇가지 문제에 대한 남측의 성의있는 의사표시와 함께 비료 등의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대화를 통해 자기들의 의사를 남측을 매개로 미국에 간접 전달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남한을 매개로 해서 미국을 설득하는 제2의 페리 프로세스를 만드는 과정을 남북한이 시작할 때라고 본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실장 = 북한은 김일성 10주기 조문 불허와 탈북자 대량입북 문제 등을 이유로 장기간 대화를 중단해왔다. 북측 입장에서 이들 문제가 만족스럽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회담을 제의한 것은 핵문제로 인한 국제적인 고립 상황을 반전시켜 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즉 대외적인 압박을 피하려는 수단으로 남북관계를 활용해 보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다. 선뜻 대화 재개에 나설 명분을 찾지 못하다가 6.15 공동선언 5주년이라는 타이밍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담에서는 북관대첩비 반환과 비료지원 문제, 장관급회담 재개 문제 등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북한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해 전향적인 자세로 핵을 폐기해야 한다고 설득하겠지만 북측은 핵문제가 거론되는 것을 거북해 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공식적으로 핵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6.15 공동선언 5주년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미뤄 장관급회담으로 연결돼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때문에 이번 회담은 핵문제 위주보다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협의 위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6자회담 재개 여부와 관련해 담판을 해야할 시점에서 북한이 갑작스럽게 당국 실무회담을 제안한 것은 민족공조 쪽으로 분위기를 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속으로는 비료가 시급하기 때문이지만 남북공조라는 겉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유리한 입지를 만들려는 환경정비 차원으로 분석된다. 즉 미국과 핵문제에 대한 담판을 앞에 두고 민족공조를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북한은 회담에서 핵문제 논의를 기피하려 들 것이고 남북공조라는 선전의 장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앞으로 장관급회담이 열린다면 핵문제에 대해 충분히 얘기해야 한다고 본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기조실장 = 북한 입장에서는 비료와 식량 요청 뿐 아니라 포괄적 측면에서 대화의지를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고 본다. 특히 회담을 재개하자는 남측의 신호에 대한 응답 차원일 수 있고 경제적 필요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국간 대화가 너무 오래 중단됨으로써 남한의 대북여론이 악화되고 이에 따른 민족공조론이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측면이 더 강한 것 같다. 남북대화를 통해 국제사회에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그런 목적도 있는 것 같다. 대화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미국에게도 어느 정도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고 보는데 북-미 대화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분위기 자체는 긍정적이다. ▲홍관희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핵보유 선언으로 국제고립이 심화되고 미국이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에게 국제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면 남북회담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여러번 보여준 바 있다. 남측은 비료지원을 연계해 6자회담 복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지만 북한이 남측의 요구를 과감하게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당국간 회담 고리를 만들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남북관계 정상화로까지 이어질 것인 지는 일단 회담이 열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이상헌 기자 threek@yna.co.kr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