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남북당국간 실무회담 개최를 제의해 옴에 따라 작년 7월 이후 열리지 못했던 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남북 당국간 회담이 재개될 전망이다. 북한은 2002년 7월에도 6차 장관급회담 이후 회담이 중단된 가운데 금강산 실무접촉을 거쳐 남북 당국 차원의 접촉을 재개한 적이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에 개성에서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해 온 남북 당국간 회담은 장관급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최근 들어 남한군의 서해상 `군사적 도발'과 작전계획 5029, 반기문 장관을 비롯한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의 북핵관련 발언 등을 거론, 남한 당국을 강력하게 비난하던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농업부문을 주공전선으로 설정한 북한의 입장에서는 영농철을 맞아 비료 등의 공급이 절실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적십자회(위원장 장재언)는 지난 1월 대한적십자사에 전통문을 보내 봄철 파종기에 사용될 비료 50만t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동안 당국간 회담이 없이는 비료 지원이 있을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을 분명히 해 온 만큼 북한으로서는 회담 재개를 통해 실리를 확보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최근 중국측에 비료 40만t 지원을 요청했으나 중국이 북핵문제 등을 고려해 사실상 거부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봄철 비료 해결은 그만큼 북한의 다급한 사정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로 핵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남북 당국간 회담 재개를 통한 민족공조로 넘어 보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경제제재를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소원했던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북한편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남한 정부 역시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좀더 적극적인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로 올해가 6ㆍ15공동선언 5주년이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도 당국간 대화가 없는 남북관계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남북 민간단체가 6ㆍ15를 기념하기 위한 공동행사를 평양에서 대규모로 열기로 한 만큼 양측 당국차원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도 6ㆍ15공동선언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든 업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만큼 남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겠다는 욕심을 가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남북관계 경색 원인을 김일성 주석 조문 불허와 탈북자 집단 입국 등에 걸었던 만큼 당국간 실무회담에서 이에 대한 남측의 유감 정도의 표명과 비료ㆍ식량 지원 여부 등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 온 것이 있는 만큼 자존심상 무조건 접고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실무회담에서 남측에 요구사항을 타진해 보고 어느 정도 자신들의 요구에 부합되면 장관급 회담을 갖자고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