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구상중인 향후 5년간 나라살림의 `청사진'이 드러났다. 당정은 11일 경제분야를 끝으로 2005∼2009년간 국가재정 운용계획 수립과 새해 예산안 편성방향에 대한 사흘간의 마라톤 당정협의를 마감했다. 큰 줄기는 사회복지, 국방,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을 과감히 늘리되, 사회간접자본(SOC)과 산업.중소기업, 정보화 분야 예산은 거의 제자리에 묶어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분배주의 정책적 요소가 강한 사회양극화 해소나 미래 성장잠재력 확충 쪽으로 재정지원이 늘어나지만 성장주의 정책과 관련된 `개발' 예산은 축소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 복지.국방.R&D 연 9% 이상 증액 향후 5년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키워드'는 단연 분배정책과 직결되는 복지예산의 증액이다. 당정은 앞으로 5년간 복지예산을 연평균 9.3% 증액 편성, 전체 재정지출 분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특징되는 선진국형 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시점에서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인 현행 복지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하면 40%에 불과하다는게 증액의 배경이다. 특히 복지정책의 주안점은 ▲보육료 지원대상 확대 ▲복지 사각지대 해소 ▲경로연금 등 노인복지 확대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회보험제도 개혁에 주안점이 두어질 전망이다. 국방예산도 9∼10% 증액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표방한 `협력적 자주국방' 달성에 소요되는 예산과의 `격차'가 큰 실정이어서 과감한 예산증액이 필요하다는 것. 당정은 장성급 명예전역 등 군 구조개혁을 병행해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나간다는 방법으로 급격한 예산증액의 충격을 완화한다는 입장이다. R&D 예산은 미래의 성장잠재력 확충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향후 5년간 46조7천억원을 투입, 연평균 9.1%의 증액을 추진한다는게 당정의 구상이다. 당정은 특히 ▲기초.원천기술 연구 지원 ▲우주기술개발 ▲동북아 R&D허브 기반 조성에 주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분야는 고등교육 지원을 중심으로 연평균 8.67% 증액된다. ◇ SOC.산업.중기.정보화 연 1∼2%대 반대로 성장을 우선시해온 과거 정부들이 신경을 써온 SOC, 산업.중소기업 지원은 향후 5년간 연 1∼2%대의 증액에 그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국가 전체예산의 연평균 증가율(6.6%)를 밑도는 수준이다. 과거 연평균 10% 증가율을 보이던 SOC 예산의 증가율은 향후 5년간 연평균 1.2%로 뚝 떨어질 전망이다. 이미 대규모 SOC 사업이 완공된 만큼 더이상의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다. 인천공항 2단계 사업과 부산.광양항 확충 등 사업이 진행중인 굵직한 현안을 빼고는 `선택과 집중'의 의지가 읽혀지고 있다. `과잉투자'로 불릴 정도로 막대한 재정지출이 이뤄졌던 정보화분야는 연평균 1.2%, 산업.중소기업 분야는 연평균 2.7%의 증액 편성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 `성장보다 분배' 정책기조 뚜렷 이번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전반적으로 `성장예산'이라기 보다는 `분배예산'의 특징을 갖고 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2004∼2008년 계획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복지와 국방 쪽에 좀 더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정의 이 같은 구상은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전환과 사회적 분배요구의 증가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지만 일각에서는 성장주의 정책을 도외시하고 분배주의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서 경기활성화를 견인하는데 큰 도움이 안되는 사회복지와 국방분야에 예산이 집중 지원되고 있다는 것. 우리당이 희망하는 예산수준은 정부 요구안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나라빚이 크게 늘어난 국가재정여건상 재원마련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당정이 현재 20%대로 유지하려는 조세부담률을 다소 높이려고 시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