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성 높은 초단기 투자로 고수익을 챙겨왔던 헤지펀드가 한계에 부딪쳤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1조달러에 이르는 투자자금에다 외부 차입금까지 동원해 위험자산 투자도 불사하는 헤지펀드의'벼랑끝'투자가 펀드수 급증에 따른 투자기회 감소로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GM과 포드의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이들 업체의 주식과 회사채에 투자했던 일부 헤지펀드들이 8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위기설이 11일 월가에 퍼지면서 세계금융시장 분위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헤지펀드들이 수익률 악화로 펀드 자산을 청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미국 금융계는 지난 98년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 위기에 몰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 시장 '포화 상태'


금융 리서치회사인 헤네시그룹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헤지펀드는 그 수와 자산규모 면에서 연평균 20%씩 급성장했다. 헤지펀드는 4년전 4800개, 4000억달러 규모에서 최근에는 8000개,1조달러 수준으로 늘어났다.


플래티넘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크레이그 리브스 사장은 "헤지펀드의 수와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뜻"이라며 "서로 투자기법을 모방하는 사례가 늘어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헤지펀드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산되는 헤지펀드 속출할 듯


최근 국제 유가와 달러화가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가 선물이나 환거래에 나섰던 헤지펀드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그동안 헤지펀드들이 가장 선호해 온 전환사채(CB)의 수익률도 지난달 1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CB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은 4월 한달 동안에만 -3.5%의 손실을 기록했다. 운용자산이 12억달러로 헤지펀드 중에선 최대 규모급인 뉴욕의 캑스톤 어소시에이츠와 시카고의 시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경우 지난달 각각 2%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헤지펀드의 수익률이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올 6월부터는 투자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투자자들은 헤지펀드의 무더기 청산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