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최악의 슬럼프에서 허덕이는 박세리(28.CJ)는 "내게 골프 말고 다른 일상생활을 즐기는 게 필요하다"고 자가진단을 내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미켈롭울트라오픈 타이틀 방어에 나서는 박세리는 대회 개막 하루 전인 5일(한국시간)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온통 골프 뿐인 생활에 지쳤다"고 털어놓고 "골프가 아닌 다른 즐거움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이날 '아니카 소렌스탐이 다른 선수와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카는 훈련도 열심이지만 쉴 때는 골프 생각은 제쳐두고 확실하게 쉬는 것 같다"면서 자신도 그런 방식의 생활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LPGA 투어에 입문한 이후 7년간 오로지 골프에만 매달렸다"고 운을 뗀 박세리는 "주변 사람들과 어울려도 다들 골프 얘기만 했고 쉴 때는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고 '외로움'을 토로했다. 온통 골프로 둘러싸인 이같은 생활은 그토록 원하던 명예의 전당 입회가 확정된 뒤 허탈감을 불러왔고 스트레스를 줬다는 설명. 작년 이 대회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충족시킨 박세리는 "정말 명예의 전당 입회는 최종 목표였다"고도 말했다.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때론 스키나 산악자전거를 타는 등 뭔가 즐겁고 신나는 취미를 가져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후회도 털어놨다. 박세리는 "그러나 훈련을 게을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훈련과 휴식, 즉 골프와 일상생활의 완벽한 균형을 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아니카에게 그런 균형을 이룬 비결을 물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세리는 "그런 대화를 나눌만큼 아니카와 친하지 않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누구든 LPGA 선수라면 다 친구라고 여기고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세리는 소렌스탐을 꺾을 선수가 누구냐고 물어보자 "글쎄요"라며 "아무튼 아니카는 우리 모두가 열심히 훈련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