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트북PC 시장에 저가폭풍이 불고 있다. 단순한 바람에 그치지 않고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전례없이 모두 저가공세에 가세한 때문에 업계에서는 폭풍이라고 부른다. 가장 최근의 예로 델컴퓨터가 지난달 말 80만원대 노트북을 내놓았고 명품 전략을 고수해온 삼성전자 '센스' 노트북도 최근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90만원대에 팔리는 등 저가경쟁은 이제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특히 얼마 전엔 '60만원대' 중국산 초저가 노트북이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풀려 초저가 시대가 다가왔음을 알렸다. 가격 비교 웹사이트인 다나와(www.danawa.co.kr)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센스' 노트북 최신 모델이 용산전자상가 등에서 98만∼99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 센스 노트북 'P28'시리즈 가운데 하나(모델명 SP28-D130)로 15인치 모니터에 인텔 셀러론M1.3㎓ CPU(중앙처리장치)를 탑재하고 하드디스크 40GB,메모리 2백56MB인 보급형 노트북이다. ATI 라데온 9000 그래픽 카드를 장착하고 DVD·CD 콤보드라이브,무선랜까지 지원되며 무게는 2.85kg이다. '삼성' 브랜드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다는 게 전반적인 평이다. 최근엔 '가격 파괴'의 선봉장 격인 델컴퓨터가 지난해 말 99만원대(부가세 제외)에 선보였던 14.1인치 노트북 '래티튜드 D505'(제품코드 M720451)의 가격을 87만원대(부가세 포함)로 낮춰 판매키로 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10만원 이상 떨어진 셈이다. 지난달 중순 용산전자상가에 등장해 화제가 됐던 69만9천원짜리 중국산 노트북 30여대는 시장에 풀리자마자 모두 동이 날 만큼 인기를 모았다. 운영체계(OS)가 포함돼 있진 않지만 '괜찮은 사양'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던 제품이다. 중국 노트북 제조업체 하시가 만든 이 노트북은 인텔 셀러론 M310 프로세서(CPU)를 탑재하고 14인치 액정화 면에 하드디스크 용량이 30GB이다. 무게는 2.29kg.마이크로소프트(MS)의 OS 를 깔아도 80만원대 초반 수준이라서 가격 경쟁력이 돋보였다. 이에 앞서 삼보컴퓨터가 지난 3월 말 내놓은 99만9천원짜리 모델인 '에버라텍6100'의 경우 출시 2주 만에 6천여대가 팔려 나갈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일본 소텍컴퓨터의 89만8천원짜리 14인치 노트북(WH2310C4L)도 매월 1천대 이상 수입돼 모두 소진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소텍은 조만간 70만원대 노트북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여기에 IBM의 PC사업을 인수한 중국 레노보가 한국법인을 출범하고 올 하반기 중 저가 노트북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어서 앞으로 노트북시장의 가격싸움은 거의 '혈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레노보는 앞으로 3∼4년 내에 국내 3위를 점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경쟁력을 가진 레노보까지 가세하면서 삼성 LG 등 국내 기업들도 본격적인 저가 전쟁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어느 업체가 가격대에 비해 품질이 더 나은 제품을 내놓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