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조 < ENI 대표 cj@enicorp.biz > 모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를 '최대의 성과를 창출하는 최고의 기업'으로 키우고자 혼신의 힘을 다한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전략을 세우고 끊임없이 혁신 경영기법을 연구.실행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조직 운영 방식을 갖추고 훌륭한 전략을 수립해도 그것을 수행할 인재 없이는 최고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은 우수인재를 확보,전문성을 높이려고 힘쓴다. 또 탁월한 성과 및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구성원의 가슴 속에서 일에 대한 열정이 솟구쳐야 하므로 동기 부여를 위해 노력한다. 기업의 CEO들이 주주와 고객을 위해 이렇게 애쓸 때 정부는 기업과 국민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지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 관공서에 가면 친절하고 부드러운 공무원들을 대하게 된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이 행정에 있는 데도 기업이나 국민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불합리한 걸 알지만 법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몇년 전 일이다. 10년쯤 된 차를 도난당한 후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직원을 보냈다. 돌아온 직원이 신고를 못했다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오래된 차를 누가 훔쳐갔겠느냐"며 더 찾아보고 꼭 도난신고를 하려면 차주가 직접 나와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견인차 보관소 등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차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각종 세금과 보험료 등은 꼬박 꼬박 내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관내 도난신고 건수가 다른 지역보다 많으면 평점이 떨어져 접수를 기피했다는 것이었다. 쓴웃음이 났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는 안일주의는 기업과 국민 모두에 걸림돌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당국에선 정부 운영방식이나 국가 전략에 대한 화려한 공약을 내세우지만 중요한 건 소리만 요란한 공약이 아니다 싶다. 그보다는 정부 부처와 공기업의 구성원들이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과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주는 게 훨씬 중요해 보인다. 공무원들이 '내가 있어 국민들이 편안하고,나는 언제나 국민을 위해 뭔가 새롭고 나은 것을 기획한다'는 신념으로 작은 것이라도 국민을 위한 방법을 강구하면,위에선 이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합리적으로 개선할 있는 시스템이 장만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정부 부처의 모든 책임자들이 기업의 CEO처럼 국민의 안녕과 이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