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경찰까지 동원된 정부의 ‘재건축아파트와의 전면전’에 대한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이번에는 타깃을 제대로 잡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초강수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찬반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서도 “정부가 주택정책의 실패는 인정않고 모든 책임을 시장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는게 공통된 지적이다. ○'재건축이 불씨'는 사실 그동안 집값 불안이 야기될 때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가 진원지 역할을 해왔던 만큼 정부가 이번에는 목표를 제대로 겨냥했다는 평가다. 지난 2002년 이후 20여차례의 부동산안정대책이 발표됐지만 그 때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의해 약발이 다하곤 했던게 사실이다. 서울 강남구 H공인 관계자는 "강남 집값은 정부의 대책이 나오면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고개를 드는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며 "그때마다 재건축아파트가 불씨가 됐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전쟁의 대상을 강남 재건축으로 명확히 한정함으로써 이번에는 상당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며 "문제의 뿌리를 집중 타격하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부동산대책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 평가를 통해 대안 마련해야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처가 '대증요법적'이라며 더 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주택정책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한 뒤 보완책을 찾아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금의 집값 불안 구조는 정부의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 부분이 큰 만큼 정책적 대안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재건축 비리와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은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장기적 안목에서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전국에서 이뤄질 재건축을 단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타깃으로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제는 장기적으로 도시정비 차원에서 재건축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도 '시큰둥' 시민단체들은 잠실주공 2단지의 분양승인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해 정부가 '눈가리고 아웅'식의 형식적인 분양가 조정에 또 놀아난 꼴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완기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잠실주공 2단지는 12평형 분양가를 오히려 올린 채 분양승인을 받아 전체적인 분양가 인하 효과는 1억여원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요란한 엄포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곧바로 증명됐다"고 말했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소시모) 김자해 사무총장은 "사법기관도 아닌 건교부가 서울 시내 재건축 단지를 모두 조사할 인력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이미 땅에 떨어져 파급효과도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도 반발 서울시와 강남지역 자치구들은 한마디로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이들 지자체는 건교부가 창구 지도 형식으로 분양가를 내리도록 주문하고 있으나 법적 근거가 모두 사라진 마당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시 주택국 관계자는 "분양가 자율화 상황에서 지자체가 분양가를 조정할 수도 없으며 사업자나 조합 등이 그런 요구에 따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의 동향을 볼 때 국내 집값은 시장원리에 꼭 맞게 움직인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시장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법적인 대안을 마련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철수.서욱진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