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옛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투자 의혹사건의 파장이 청와대로 번질 조짐을 보여 주목된다. 청와대가 22일 지난해 11월 `정부기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자체 경위파악을 시도한 사실을 뒤늦게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는 언론보도를 통해 유전의혹이 불거진 지 닷새만인 지난 1일 "감사원 조사결과를 지켜보겠다"고 첫 공식 입장을 밝힌 이후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자세를 견지해오던 터였다. 그러나 청와대가 사건 발생 이전 관련 정보를 입수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한나라당 등 야권이 `권력형 비리'로 규정한 이번 사건의 의문이 증폭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지난 8일 독립기관인 감사원에 대해 검찰조사를 의뢰하도록 한 데 이어 1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특검 수용도 검토할 것"을 지시하는 등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온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으로 읽힌다. 일단 청와대를 향한 의문의 시선은 언제, 어느 선까지 보고가 이뤄졌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국정상황실이 11월초 정부기관의 정보보고를 통해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11월 중순까지 경위를 확인한 뒤 자체 종결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측에 따르면 A4 용지 한장짜리로 된 `철도공사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인수 문제제기'란 자료가 접수된 것이 11월9일이고, 사실확인을 거쳐 종결처리한 것은 11월15일이다. 또 1급 비서관인 국정상황실장까지 보고가 이뤄졌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등에게 보고된 시점은 언론 보도 이후라는 것이다. 공직기강 업무를 맡고 있는 민정수석실에서조차 최근까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관련 정보가 더 윗선에 보고되거나 공유된 적이 없다"며 "마침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 의원이 `잘못'을 제기하면서 사안을 정확히 파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당시 국정상황실장이었던 박남춘(朴南春)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종결된 사업이기 때문에 (위에) 보고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었다"며 "내 선에서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 문제가 국정상황실장 선에서 매듭지어졌는지, 또한 그 과정에서 내부 대책협의 내지 모종의 압력이 있었는지 여부도 규명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보고된 정보가 `의혹'으로 접수된 것이 아니 라 정부기관의 사업 타당성 검토에 관한 것이었고, 철도공사측도 `하자가 있어 사업을 포기했다'고 해서 사안을 보다 면밀히 파악하지 못하고 종결처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실장은 "국정상황실은 다른 비서관실처럼 고유업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문제가 있는 급한 상황들을 체크하는 곳"이라며 "특히 하루에도 수십건의 자료가 올라와서 개별건을 상세히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전 실장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사건이 불거진 지 한 달 가까이 되는 기간에 청와대가 요로를 통해 정밀조사를 실시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내부에서 처리된 사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김 대변인은 이와관련, "자체 종결처리되면 공유되지 못한다"면서 "특히 `의혹' 관련 정보가 아니기 때문에 민정수석실측에서도 접근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어쨌든 청와대로 불똥이 튄 이번 의혹사건은 4.30 재보선을 앞둔 정국에 적잖은 파장을 낳을 전망이다. 특히 노 대통령 자신이 수용 의사를 피력한 특검 도입 문제도 급류를 탈 공산이 커진 가운데 청와대가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