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건강 칼럼) 고혈압치료제 어떻게 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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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 >
고혈압은 심혈관계의 압력이 상승하는 질환으로 전체 인구의 25-30%가 앓고 있을 만큼 매우 흔하다.
그렇다면 왜 고혈압이 생기는 걸까.첫째는 혈관이 전체적으로 수축을 일으켜서 전체 심혈관계의 부피가 줄어들면 소위 '보일의 법칙'에 따라 압력이 상승하는 것이다. 혈관이 수축하는 경우나 여러 개의 혈관이 막혀서 소실되는 경우나 결과적으로 혈압이 상승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다음으로는 부피가 일정하게 제한돼 있는 심혈관계에서 순환되는 혈액의 양이 현저히 증가하면 압력은 상승한다. 혈액의 양은 심혈관계에 존재하는 염분의 양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생존을 위해서는 혈액이 항상 일정한 염도를 유지해야만 하므로 짜게 먹으면 수분 섭취가 증가하여 혈액의 부피가 증가되고 따라서 압력도 상승한다.
짜게 먹지 않는다 하더라도 콩팥에서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이 떨어지면 결과적으로 심혈관계의 염분은 증가하여 마찬가지로 혈압이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심장이 혈액순환에 필요한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과도하게 수축해도 혈압은 상승한다.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는 주로 위급한 상황에서 흥분을 일으키는 신경체계로서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장의 수축력을 증가시킬 뿐만아니라 콩팥에서 염분이 배설되지 못하게 해 혈압을 상승시키는 특성이 있다.또 연령이 늘어나면 혈관이 변성되거나 소실되기도 하고 콩팥의 염분 배출 기능도 저하되어 혈압이 상승하는 이유가 된다.
고혈압약도 이런 몇가지 기초원리에 따라 개발됐다. 칼슘길항제는 근육세포들의 수축을 유발하는 칼슘이온이 심장 및 말초혈관 평활근의 세포막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약제다.이뇨성 고혈압약은 염분을 배설시켜 혈압강하를 유도한다.베타차단제라는 교감신경계의 기능을 약화시켜서 심장의 수축력과 맥박을 저하시킨다.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억제제는 혈압상승물질인 안지오텐신Ⅱ가 생기지 않도록 방해하고 교감신경계의 기능을 약화시켜 혈관을 확장시키고 콩팥에서 염분이 더 많이 배출되도록 한다.
대체적으로 젊은이들의 고혈압은 혈관이 심하게 수축하고 심장의 수축력도 강하며 흔히 맥박도 빨라서 교감신경계통이 많이 흥분되어 있는 특징을 보이는 반면에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혈관이 여기 저기 손상되고 더러는 콩팥의 기능도 상당히 저하되는 특성을 보인다. 그래서 흔히 55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 발생한 고혈압에는 교감신경계 차단 효과가 있는 베타차단제나 ACE억제제를 우선적으로 투여한다. 이보다 고령의 환자는 혈관손상과 신기능 저하를 염두에 두고 칼슘길항제나 이뇨제를 우선적으로 투여하는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심혈관계는 충격이나 손상을 받아 기능이 저하되면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교감신경계가 흥분하고 과도한 신호가 발생되어 흔히 필요 이상으로 혈압이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손상을 받은 심혈관계에는 연령과 무관하게 반드시 교감신경계를 차단하는 고혈압 약제를 투여해야 한다.
그러나 인체는 기계가 아니며 개인차가 많기 때문에 이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약제를 찾을 때까지 몇번의 시행 착오를 겪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행히 대부분의 현대적 고혈압약제는 부작용이 매우 적어 별다른 불편없이 혈압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고혈압 환자는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고혈압에 대한 식견을 넓혀서 혈압을 상승시키는 생활습관을 교정하는게 매우 중요하다.예컨대 염분 배설을 목적으로 이뇨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음식을 보다 싱겁게 먹어야 이뇨제를 적게 투여해도 혈압이 잘 조절될수 있다. 또 복부 비만이 현저한 환자는 혈압이 그다지 높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혈압조절과는 별개로 비만개선에 나서야 한다.
고혈압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서 투약을 게을리 하는 환자가 많다. 그래서 의사는 고혈압을 치료할 때는 다른 질환을 치료할 때와는 달리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보다는 격려자나 상담자의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을 때가 많다.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체로 2명 중 1명의 환자만이 처방 받은 약을 복용한다고 하니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격언을 환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