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낙마했던 여야 정치인들이 최근 들어 노무현 대통령만 바라보고 있다. 상당수 인사들은 영어의 몸에서 벗어나 정치재개를 모색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줄곧 제기돼온 정치인 사면이 비판적인 여론에 밀려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이들이 기대했던 지난해 성탄절과 올 3·1절을 지나 다가오는 석탄일도 넘길 게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21일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면서 "사면을 하려면 사회적 분위기와 국민여론이 갖춰지는 등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가능한데 그에 대한 검토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 사면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만큼 8·15 광복절로 사면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구속됐던 정치인들은 대부분 풀려난 상태다. 아직까지 수감돼 있는 정치인은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와 한나라당 김영일 전 사무총장 정도다. 두 사람은 가끔씩 신병치료를 위해 병원을 오가는 처지다. 지난해 미국에 1년 일정으로 연수를 떠났던 이상수 전 의원은 일정을 6개월 앞당겨 이달 초 귀국했다. 이 전 의원은 귀국하자마자 "당이나 정부가 요구하는 일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맡아 미력이나마 열심히 할 용의가 있다"며 적극적인 정치 재개 의사를 밝혔다. 이를 위해 이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 지도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직 복권이 안된 상태다.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 지난해 12월 만기출소한 안희정씨는 지난달 15일부터 고려대 최장집 교수가 소장인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씨는 매주 세차례 연구소에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최근 정계 복귀여부에 대해 "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지금은 선거권도,피선거권도 없어 공부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모친상을 당했던 서 전 대표는 문상온 최병렬 전 대표 등과 만나 구원(舊怨)을 푼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장기체류했던 자민련 김종필 전 총재는 현실정치와 담을 쌓은 채 칩거를 계속하고 있다. 이재창·허원순·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