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완연한 조정장세로 빠져들면서 시중자금 흐름도 '채권시장 이탈,주식시장 유입' 기조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유입 규모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올 들어 석달 동안 10조원 넘게 급감했던 채권투자 자금은 바닥을 찍고 증가세로 돌아서는 추세다. 초단기 상품 규모가 이달 들어 급증세를 나타내는 등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도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업계 펀드 수탁액 추이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18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증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 11일부터 15일 현재까지 1천8백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4월 초보다는 2천9백억원 늘었다. 1월 말 8조7천9백억원에서 3월 말 10조5천6백억원으로 두달 동안 매달 8천억~9천억원씩,총 1조7천6백억원 급증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상당히 둔화된 것이다. 반면 채권형펀드는 지난 11일 이후 2천5백억원,이달 들어서는 3천7백억원 늘었다. 채권형펀드는 지난 3개월 동안 10조6백억원 급감했지만 4월 들어서는 주식형펀드보다 자금 유입 규모가 더 커졌다. 이런 가운데 초단기 금융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 수탁액은 이달 들어서만 4조2천3백억원 늘어 시중자금이 빠르게 단기부동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허선무 삼성투신운용 마케팅본부 상무는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고객들이 주식형펀드 신규 가입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작년 하반기 들어온 목돈(거치식) 투자 고객 중 일부는 펀드를 환매하고 있다"며 "증시 상황에 따라 월 납입금의 가입 시기와 금액을 조절할 수 있는 임의식 적립식펀드 가입자는 투자를 뒤로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창수 대한투신운용 마케팅본부장은 "특히 기관투자가는 여전히 주식형보다 채권형 상품에 관심이 많은 상태"라며 "하지만 하반기 경기회복으로 채권금리가 다시 상승(채권값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채권형펀드 가입에 적극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결국 주식형과 채권형 가입을 모두 주저하는 대기성 관망자금이 MMF쪽으로 몰리면서 시중자금이 단기 부동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조정으로 시중 자금 흐름이 주식으로부터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처럼 대규모 이탈은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삼성투신 허 상무는 "적립식펀드는 주가 조정시 주식을 더 싸게 매입할 수 있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잘 알고 있다"며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과거처럼 주식형펀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