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를 덮은 구름이 짙어진다.그렇지만 하늘이 무너진다고 할 수 있을까" 월가에서는 IBM의 올 1.4분기 실적 부진으로 나스닥이 급락하면서 기술주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개별 기업의 내재적 문제에다 계절적 부진이 겹친 일시적인 침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IBM발(發)' 기술주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뉴욕 증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어스턴스의 컴퓨터산업 분석가 앤디 네프는 "지난 2000~2002년 IT(정보기술) 거품붕괴로 초래됐던 급락 때보다는 덜 하지만 컴퓨터소비 둔화세는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IBM 스스로도 지난 3월 마지막 두 주 동안 소비자들이 컴퓨터 매입을 중단해버렸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다. 지난주 주가 하락폭도 나스닥이 4.6%로 다우(3.6%)보다 컸다. 나스닥은 올 들어서만 벌써 12% 떨어졌다. 게다가 경기가 일시적 약세국면(소프트 패치)에 들어갔다는 우려도 높고 국제 원유가격 불안도 여전해 첨단 기업 부진의 파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암사우스 뱅크의 수석투자전략가 조지프 키팅은 "유가 불안과 단기금리 인상으로 경기가 하향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술주 부진을 매년 상반기에 으레 볼 수 있는 '계절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JP모건의 소프트웨어 분석가 아담 홀트가 대표적이다. 홀트는 "통상 상반기에는 기술 제품에 대한 소비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며 "올해와 내년,그 이듬해에도 상반기에는 호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매년 1분기에는 연간 예산 운용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데다 연말 세일에 처분하지 못한 제품이 남아있기 때문에 판매가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개별 기업들의 자체 문제도 악재로 작용했다. 실제 IBM은 메인프레임 분야의 생산사이클이 노후화됐고 퍼스컴 분야를 중국 레노보에 매각키로 함으로써 판매부진이 뚜렷했다. 5대 대형 퍼스컴 회사 중 유일하게 시장 점유율이 줄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이번주에 발표되는 주요 IT 및 반도체 기업의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츠 같은 반도체 회사나 구글 야후 EMC e베이 등의 실적은 향후 기술주 투자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까지 S&P500지수 소속 5백개 기업 중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회사는 64개사에 불과하다. 이들의 평균 이익증가율은 8.6%였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