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대전 철도공사 및 서울 용산의 철도교통진흥재단(이하 철도재단) 사무실과 우리은행 본점 사무실 등 12곳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감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따라 수사팀장인 홍만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이 이날 정식으로 부임하자마자 유전사업 의혹 규명을 위한 압수수색에 착수함으로써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전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수사관들이 18일 오전 정부대전청사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사하는 등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검찰의 이러한 발빠른 행보는 감사원으로부터 수사요청을 받은 다음 날인 이달 13일 김세호 건교부 차관 등 수사대상자들에 대한 무더기 출금조치를 할 때 이미 예고됐다.


감사원 감사에도 각종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않고 일파만파로 증폭되는 상황에서 검찰의 신속한 수사는 필수불가결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이번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말부터 언론을 통해 집중보도됐고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면서 사건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을 가졌기 때문에 계약서, 회의록, 대출관련 자료 등 기초 자료 확보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더욱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면 코리아크루드오일(KCO) 대표 허문석씨와 하이앤드 대표 전대월씨의 조사가 필수적인데도 허 씨는 해외에 체류 중이고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인 전씨는 잠적한 상태여서 수사의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검찰이 서둘러 `압수수색'의 칼을 빼든 것은 다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건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을 하루라도 먼저 차단해야 한다는 다급성 때문에 문서와 서류 등에 대한 압수에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에 의해 특검이 추진 중인 상황에서 신중한 수사를 위해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일 경우 자칫 정치적 공세를 받을 수 있는 점을 의식한 것도 신속한 압수수색의 배경인 것으로 판단된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최대한 빨리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는 명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이어 이르면 이날 중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대월.권광진.허문석씨 등 민간인들과 왕영용 철도재단 이사장 등 철도공사 관계자 사이에 미심쩍은 자금이 오간 흔적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계좌점검이 이뤄지는 것이다.


아울러 검찰은 출금, 압수수색 등 수사를 위한 기초작업을 거의 마침에 따라 주중 본격적인 관련자 소환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우선 철도공사 및 철도재단, 우리은행 등의 실무 관계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철도공사가 러시아 유전사업에 뛰어들기까지의 의사결정 및 은행대출 과정 등을 정밀조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의혹의 대체적인 윤곽이 그려지면 전대월씨에 대한 신병확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혹 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허문석씨가 이달 4일 출국 후 귀국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개입 여부 등을 밝힐 핵심 인물인 전씨의 신병확보가 늦어지면 수사가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가 조기에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압수수색에서 얼마나 `영양가 높은' 자료를 확보하느냐와 전씨를 신속히 검거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셈이어서 검찰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