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러브'(감독 존 헤이)는 '이프 온리'에 이어 여주인공 제니퍼 러브 휴잇의 이미지를 내세워 만든 로맨틱코미디다. 휴잇은 비록 우아하지는 않지만 애교가 넘치고 상처받기 쉬운 여성성을 잘 표현해내는 배우이다.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를 점령하고 있는 자기 주장이 뚜렷한 여성캐릭터들과는 다르다. 이 영화에서 휴잇의 애정 모험은 곧 여성의 입장을 대변한다.


제목이 시사하듯, 사랑에 관한 남녀의 시각차를 다루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앨리스(휴잇)는 우연히 남편 샘(지미 미스트리)을 상대로 진실게임을 벌이다 그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다. 이즈음 앨리스 부부의 친구인 아치(더그레이 스콧)가 앨리스를 내심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난다. 이제 앨리스와 아치의 관계가 얼마나 매끄럽게 맺어질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애정문제에 숙맥인 앨리스와 아치와는 대조적으로 세 명의 주변 인물들은 섹스에 탐닉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내려지는 가장 큰 벌은 독신으로 남는 것이다. 뜨거운 베드신 다음에 변호사 샘이 맡은 섹스 스캔들 소송 장면이 연결돼 불륜에 대한 도덕적 응징이 암시되고 있다.


반면 앨리스와 아치는 영화 내내 누구와도 관계를 갖지 않는다. 앨리스는 심지어 남편과의 동침 기회도 번번이 무산된다. 이것은 앨리스가 결국 아치와 결합할 것임을 암시하는 복선이다. 동시에 부부관계의 허상을 고발한다. 앨리스는 남편이 자신만을 사랑할 것이라고 믿지만 남편은 아내에게 성욕을 느끼지 않는다. 아내를 정부로 오인했을 때 남편이 비로소 흥분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앨리스와 아치는 섹스를 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상대의 마음을 지나치게 살피느라 관계를 갖지 못한다. 사랑의 진실은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치가 앨리스를 그녀의 남편보다 먼저 만나 우정을 키워온 사이라는 설정은 아치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장치다. 서구사회에서는 커플이 삼각관계로 인해 깨졌을 때 최후에 개입한 사람이 손가락질을 받는다.


21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