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온실에 들어선다. 대뜸 온몸을 감싸 안듯 압도해 오는 기운이 느껴진다. 꽃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모여 있다.


고소하다고 할까… 향기롭다고 할까… 아니면 취한다고 할까?


아름다움이 응축된 꽃더미에서 내뿜는 향기는 일순간 정신을 빼앗아 버린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 봉농리 세계꽃식물원에는 늘 살아 숨쉬는 꽃들의 이야기가 있다.이곳의 꽃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위 ‘캐주얼 플라워’들이 대부분이다.어떤 의미에서 세계꽃식물원은 화훼농가들의 공동 재배장이며 전시장이라고 하는게 적절하다.


하지만 그 규모와 아름다움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다. 전시장의 온실 면적은 모두 4천2백50평.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의 온실이 3천8백평이니 가히 국내 최대규모다. 보유하고 있는 꽃의 종류도 1천여종에 달하며 매주 새로운 품종이 전시된다. 분홍 빛에 흰색 테두리를 두른 ‘바람난 과부’, 도도한 기품을 지닌 ‘재클린’, 향이 진한 ‘발레리나’, 돈키호테 등 튤립만도 1백20여종에 이른다.80여종의 동백과 아마릴리스, 카라 등도 한창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곳의 꽃이 더욱 좋은 것은 그 속에 이야기가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꽃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신화에서 유래됐다. ‘자신의 아름다움에 스스로 매료된다’는 의미의 나르시즘이란 단어를 탄생케 했던 수선화의 전설이나,중세에는 금값 보다도 더 비쌌기 때문에 투기의 주요 대상이 됐다던 튤립 등에 관한 이야기는 온실 여행에 감칠맛을 더한다.


구경하는 것만으로 만족이 안된다면 꽃을 즐기는 다른 방법들도 있다 꽃주먹밥이나 꽃비빔밥을 먹으며 눈과 코로 즐기던 꽃을 미각으로까지 느껴보고 손수건에 꽃물들이기, 꽃누르미 등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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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세계꽃식물원(041-544-0746, www.asangarden.com)의 관람료는 어른 6천원, 중·고생 5천원, 유·초등생 4천원이다.


체험학습을 하려면 초등생은 8천원, 중·고등학생은 8천5백원을 내면 된다.입장객에게는 선인장이나 허브 등 증정품을 준다.


아산까지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평택IC에서 아산만방조제를 건너 국도 39호선을 타면 된다.경부고속도로에서는 천안IC에서 남부우회도로로 접어든 뒤 국도 21호선을 따라가면 도착한다.


아산시 염치읍에는 방수마을(041-544-3501)이란 한식당이 있다.이곳에서 만나는 음식들은 평소 우리들의 식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그러나 숙성의 정도가 남다르다. 3년이상 된 김치와 마늘장아찌, 2년 숙성한 무청장아찌와 깻잎 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된장찌개정식(1만원) 한가지를 시켜도 30가지 정도의 반찬이 나온다.


오는 27일부터 5월1일까지는 현충사와 곡교천 일대에서 제44회 아산성웅이순신축제(041-544-1973)가 열린다.축제기간중에는 서바이벌대회, 마당극, 마라톤, 사생대회, 글짓기대회 등과 함께 거북선 경주대회 등이 곁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