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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메밀꽃 필 무렵 ‥ 신헌철 < SK(주)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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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헌철 < SK(주) 사장·hcshin@skcorp.com > 사람은 다른 동물에 비해 희로애락에 대한 감정 표현이 특별하다고 한다. 다양한 예술 장르로 나타낼 수 있는 감정의 표현 방법 중에서 문학이 가장 근본적이며, 그것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시심(詩心)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따라서 시심이 메마르면 인간사회는 그 만큼 무미건조 해지고 오히려 살벌해지기까지도 한다. 어느 시인은“내 안의 시인이 사라진다는 것은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최후의 인간이 사라진다는 것”으로 읊고 있다. 1964년도 대학입학 국어시험에‘메밀꽃 필 무렵’이 지문으로 출제됐다. 상업고등학교에서 주산, 부기, 타자 등의 실기 수업에 익숙해 있던 수험생으로서는 난생 처음 읽어 본 문장이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이었다. 재수와 삼수,군 복무를 거쳐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직장에서 우연히 이효석의 단편집을 읽다가 잠에서 깨어난 듯‘메밀꽃 필 무렵’과 운명적인 재회를 했다. 농촌의 5일장과 달밤에 도라지나 메밀 꽃이 핀 산자락을 넘어다녔던 어릴 적의 추억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오랫동안 마음 속 깊이 잠들어 있던 어설픈 나의 시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메밀꽃 필 무렵’을 얼마나 많이 읽었던 지…. 그 단편집은 닳아서 헤어진 모습으로 아직도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그런 연유로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어지간한 주요 장면은 토씨 한자 틀리지 않게 외울 수 있었고, 무성 영화시대의 변사처럼 읊고 나서 그 장면에 적당한 옛 노래 가락을 붙이면 저절로 흥이 돋아나곤 했다. 주변사람들이 어릴 때 몰래 훔쳐 보았던 신파 연극단 정도의 재미는 있다고 말들을 하여, 2년 전 2백여명의 임직원 가족과의 송년 모임에서 판소리 8마당을 흉내 내 본 적도 있다. 요즈음과 같은 감성시대에는, 옛 소설이나 흘러간 유행가도 맛 내기에 따라서는 메마른 우리의 시심을 얼마든지 불러낼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메밀꽃 필 무렵’ 장면들과 어울리는 노랫가락 8마당을 소개하면, ①봉평장터(조영남의 화개장터) ②충주집 주막(백년설의 번지없는 주막) ③당나귀(최성수의 동행) ④고향(이동원의 향수) ⑤물레방앗간의 첫사랑(박재홍의 물레방아 도는 내력) ⑥메밀꽃 달밤(베토벤의 월광곡) ⑦왼손잡이 아들(정수라의 아버지의 의자) ⑧아내를 찾으러(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로 구성된다. 이제 직원들과 어울려 노래방이라도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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