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용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 이사장은 10일 철도공사가 시도했던 러시아 사할린 유전사업 참여사업에 대해 "당시 나름대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진행했으나 일이 이렇게 돼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그는 이날 오후 철도공사 서울청사 6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업은 전적으로 내 책임 하에 진행됐으며 신광순철도공사 사장이나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 등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왕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이광재 의원은 이번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나. ▲공항 입국 때(지난 8일) 밝힌 바와 같이 이번 사건은 본인 주도로 추진한 사업이며 일체의 외압은 없었음을 다시 밝힌다. 오해가 생긴 것은 내가 작년 8월 12일 당시 철도청 정책토론회에서 `이광재 의원이 이 사업에 대한 제언을 했다'는 내용의 말을 회의 막판에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광재 의원이 이런 부분에 관심이 있다더라"는 말을 허문석 박사(유전인수합작회사인 코리아크루드오일(KCO) 대표)로부터 전해듣고 원활한 사업 추진에힘을 싣기 위해 얘기했던 것인데 이렇게 일파만파로 퍼질 줄은 꿈에도 상상 못했다. -- 이 의원을 만난 적은 있는가. ▲신광순 당시 철도청 차장(현 철도공사 사장)이 이번 사업과 관련해 이광재 의원에게 설명차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 의원이 `철도공사가 왜 석유사업을 하느냐. 이해를 못하겠다'며 면박을 줬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가 이 의원 사무실에 다시 가서 설득하려고 했다. 당시 이 의원은 내설명을 듣고도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으며 "알았다. 잘 해 보시라. 국가 자금 사용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 보겠다"고만 답했다. 그 때가 작년 10월 중순에서 하순이었는데 그 뒤로는 이 의원을 만나본 적이 없다. -- 왜 하필이면 이 의원을 만나 상의했나. ▲당시 이 사업을 민간자금이나 외자로 추진하려 했고 이를 위해 작년 9월 중순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도 받았으나 여러 가지 여건상 차라리 정부예산을 투자하는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를 추진하기 위해 국회 산자위원이었던 이 의원을 만났던 것이다. -- 허 박사는 어떻게 만나게 됐는가. ▲사회에서 알게 된 지인이 동서라면서 소개했다. 텍사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하던데 따로 경력을 검증해 보지는 않았지만 허 박사로부터 여러 가지를 배웠기 때문에 특별히 의심한 적은 없다. -- 허 박사가 북한관련 사업도 추진했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들었지만 허 박사가 따로 추진하는 것이었고 우리는 참여하지않았다. -- 공사화 이전 철도청이나 철도공사에 문제를 보고한 적이 있는가. ▲이번 사업과 관련해 세부적인 사항은 보고 안 했다. 간부들도 부담을 느끼는경우가 많아 알리지 않았으며 행정적 실수 등에 관해서는 나 혼자 위험을 떠 안으려는 생각이었다. -- 이번 사업은 민법에 의해 설립된 철도교통진흥재단이 추진하고 있어 철도청이나 철도공사는 몰랐다고 왕 이사장은 주장하지만 이번 사업과 관련해 철도청장이나 철도청 차장 등의 직인이 찍힌 공문이 내려간 적도 있는데 어찌된 것인가. ▲철도청의 부대사업 등과 관련된 정책결정 사항인 경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철도청에서도 공문이 행정처리된 적이 있을 것이다. 세부적인 상황은 잘 모르겠다. -- 이번 사업은 한국석유공사에서도 검토했다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중단했던 것으로 아는데 왜 직접 관련도 없는 철도공사가 이 사업에 나섰나. ▲고속철도 건설로 10조원이 넘는 철도 부채가 발생했기 때문에 차표만 팔아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 부대사업 활성화 없이는 재정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보고추진한 일이다. 다소 행정처리 미숙이 있더라도 내가 책임을 질테니 철도의 부대사업 노력을 귀엽게 봐 주시길 바란다. 한국석유공사가 이 사업을 검토했을 때에 비해 우리가 새로 검토했을 때는 국제유가가 많이 올라 수익성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이번 계약이 깨지고 나서 우리가 협상했던 기존 금액과 비슷한 가격으로 영국의 다른 회사가 사업권을 인수했다. -- 우리(철도공사) 측이 정당하다면 왜 러시아 유전사업 카운터파트인 알파에코측으로부터 계약금 절반 가량만 돌려받았나. ▲사업 인가가 늦어지고 계약 해제 사유가 발생하자 당초에는 러시아 회사측이몰리는 입장이었다. 러시아 정부기관을 통해 "이런 식으로 하면 한국 기업체들이 러시아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압력을 넣었으며 그것이 잘 먹히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금 반환 협상차 러시아에 건너갔는데 언론에서 이 문제가 터지는 바람에 도리어 우리가 쫓기는 입장이 됐다. 이에 따라 알파에코측은 `한국의 여론동향을 보니 오히려 한국 철도측이 압박을받고 있구나'라고 판단하고 회의를 회피했으며 오히려 우리가 칼자루를 뺏긴 꼴이됐다. 그래서 빈 손으로 돌아갔다가는 여론의 질타를 받고 향후 철도청의 모든 부대사업 추진에 막대한 걸림돌이 될 것 같아서 저쪽의 잘못을 인정토록 하고 일부만 돌려받았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