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토종 헤지펀드를 표방했던 리캐피탈투자자문이 출범 3년만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물론 이제는 사모펀드 설립이 제도화돼 있지만 당시로서는 새로운 금융업태의 실험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 또한 적지않다고 본다. (한경 4월9일자)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 회사의 중도하차가 아니라 3년여의 실험을 결산하는 최고경영자의 회고담이다. 인터뷰에 나타난 내용은 한국 금융산업의 현주소뿐만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대박만 꿈꾸고, 정부는 지나친 규제로 일관하고 있어 숨이 막혔다'는 게 골자다. 특히 외국에선 불과 5분이면 되는 파생상품 운용에 대한 허가가 국내에서는 수개월씩 걸린다는 지적은 복잡다기화되어 있는 우리나라 금융규제의 상징적인 지적임에 틀림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같은 까다로운 규제가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제도화된 사모펀드(PEF) 등 각종 펀드관련 제도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일부 외국계 사모펀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이른바 토종 사모펀드제도를 도입했지만 지금까지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것도 그런 이유라고 할수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사모펀드는 5개(약 5천억원 규모)로 당초 기대했던 20여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고, 관심있게 추진하던 일부 은행과 증권사들이 출범을 늦추거나 아예 보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투자자 보호와 자금 편중을 막기 위한 것이라지만 최소투자한도를 개인 20억원,법인 50억원으로 높게 설정한 것이나,펀드당 투자자를 30명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는 외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출자총액제한 등으로 대기업들의 투자를 어렵게 만들고, 산업자본의 은행투자를 사실상 규제하는 등 국내 자본에 대한 역차별 조항까지 존재하는 상황에선 사모펀드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정부도 금융규제 완화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단기차익만 노리고 경영권 위협을 일삼는 일부 외국계 투기자본의 부작용을 줄이고, 4백조원이 넘는 국내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끌어낼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완화를 통한 사모펀드의 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차제에 사모펀드뿐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과감한 규제완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도 그런 연후에나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