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왔어? 나 배고파.과자 좀 줘." "엊그제 우리 아들이 왔다 갔는데 말이야." "나,등 좀 긁어줘." 서울 충정로 3가 경기대 후문 인근의 수효사(修孝寺).지난달 30일 개원한 효림노인복지센터에 주지 무구 스님이 들어서자 앉거나 누워있던 할머니들이 일제히 스님쪽으로 향하며 말을 건다. "나 좀 봐 달라"는 눈치다. 그러자 스님은 "보살님,오늘 머리 깎았네.아이구 예뻐라" "아드님 오니까 좋았어요?"라며 일일이 말상대를 해준다. 효림노인복지센터는 대부분의 불교계 복지관이 사찰 바깥의 시설을 위탁·운영하는 것과 달리 사찰 안에 복지관이 있는 일체형이라는 것이 특징.8층 건물 가운데 7,8층에 절이 있고 5,6층에는 치매노인을 24시간 돌봐주는 단기보호센터와 낮시간에만 돌보는 주간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주간보호시설에서는 치매 초기 단계나 치매 전 단계의 노인들에게 다양한 여가활동으로 치매를 예방·치료하도록 도와준다. "사찰과 복지센터가 함께 있으니까 신도들이 수시로 노인들을 돌볼 수 있어서 좋아요. 신도들도 절에 와서 기도와 봉사를 같이 할 수 있으니까 좋아하고요. 요즘에는 자원봉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재작년부터 하고 있는 독거노인 반찬 배달이 있는 날에는 법회 참석자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무구 스님은 "서대문구 지역은 인구 이동이 적고 한 동네에 30∼40년씩 산 어르신들이 많아 이들을 위한 복지프로그램이 확대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효림노인복지센터는 단기보호 20명,주간보호 20명 정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수요자가 많아 조만간 시설능력을 넘어설 전망이다. 수효사에서 사회복지대학을 운영하고 자원봉사 인력을 양성하며 건물 1층에 재활병원을 갖추려는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무구 스님은 "20여년 전 은사인 성훈 스님(90년 입적)께서 충효사상 다음에는 수효(修孝)의 시대가 온다고 했는데 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자기 수행과 효도로 풀어야 한다는 걸 예견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02)313-5124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