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체계 개편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10년 이상 장기대출에 대한 가산금리 폐지다. 그동안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만기 3년 미만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만기집중에 따른 리스크 등의 문제점을 야기해왔다. 이에 은행들은 2-3년 전부터 10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경쟁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이번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장기 주택담보대출 30% 육박 국민 우리 하나 신한 조흥 제일 등 6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10년 이상의 장기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말 현재 28.2%로 집계됐다. 은행이 위탁 판매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10년 이상 장기 주택대출) 4조원을 합치면 장기 주택대출 비중은 30%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로는 신한 하나 제일 등 3개 은행의 10년 이상 장기 대출 비중이 30%를 웃돌고 있다. 신한은행은 장기 대출 비중이 지난 2003년 말 4.16%에서 작년 말 33.24%로 급증했으며 올 3월 말에는 38.51%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7.43%에서 27.25%,30.62%로 늘어났다. 제일은행의 장기 대출 비중도 2003년 말 45.7%에서 지난 3월 말 64.65%로 커졌다.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도 장기 대출 비중이 2003년 말 15.4%에서 작년 말 19.6%,올 3월 말 20.6%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조흥은행의 장기 대출 비율도 2003년 말 0.59%에서 최근 27.0%로 급증했다. 장기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우리은행도 지난달 최장 30년 만기인 '아파트 파워론'을 출시하는 등 장기 대출을 유도하고 있다. ◆은행의 장기고객 확보경쟁 그동안 국내 주택금융시장은 대부분 만기 3년 이하의 단기 대출에 치우쳐왔다. 이는 실수요보다는 투기적 수요가 지배해온 우리나라의 주택시장 특성과 장기 대출에 익숙하지 않았던 시중은행의 대출관행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부동산 투기에 대한 단속과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금융시장에서도 장기 대출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은행들도 장기 주택담보대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은행간 영업전쟁이 격화되면서 장기 고객의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홍석철 국민은행 리테일상품팀장은 "3년 만기 대출은 3년 마다 고객을 재유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고객을 장기간 확보하는 차원에서 각 은행들이 대출 장기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담보인정비율(LTV)의 제한이다. 서울지역에서 3년 이하 단기 대출의 경우 담보인정비율이 투기지역은 40%,투기과열지역은 50%,일반지역은 60%로 제한돼 있지만 10년 이상 대출은 투기지역에 관계 없이 모두 60%를 적용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선 장기 대출의 매력이 높아지고,은행으로선 더 많은 대출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3월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모기지론(만기 10년 이상 주택대출)도 장기 대출 기반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올들어 시장금리 상승세가 지속되자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공사 모기지론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공사 모기지론의 월평균 판매실적은 3천3백억원으로 이는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4%에 달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