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달 독일을 방문할 때`베를린 독트린'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도 영유권과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놓고 한일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이 중.일간 패권경쟁에서 우리의 조정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이른바 `동북아 균형자론'을 설파하고 있어 이번 베를린 방문때 뭔가 중대한 메시지가 나오지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이 이같은 구상을 언제,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밝힐 것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 노 대통령이 이번 방독 기간에 한.미.일 남방 3각축의 배타적 동맹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차원을 뛰어넘는 균형자론의 완결판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최근 우리의 새 외교노선으로 평가받는 `동북아 균형자론'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는데 대해 일본과 미국 조야 일각에서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있는 사실은 노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정리를 재촉하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전쟁 후 배상책임 등을 둘러싼 일본의 태도가 독일과는 너무나 비교되는데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상징되는 냉전의 종언이 최근 노 대통령이 거론하는 동북아 신질서 구상과도 맞물려 있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있다. 게다가 민감한 시기에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베를린이라는 상징적 도시를방문한 노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이와 관련된 메시지를 꺼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견해가 우세하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칠레 산티아고에서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수차례 공언해온 북핵과 관련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다시한번 거론하면서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의 결단과 미국측의 유연한 대응을 동시에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물론 노 대통령의 이번 베를린 방문 일정에는 조찬과 오찬 연설 등만 있을 뿐특별한 연설계획이 잡힌 게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해 연말 집중됐던 해외순방 때 동포간담회를 통해 노 대통령이 중요한메시지를 많이 전달했던 점을 감안, 독일 도착후 첫 행사인 동포간담회에 각별한 시선인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구체적인 내용은 연설팀에서 준비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3월9일 북한 경제지원, 남북당국간 대화, 특사교환 등을 골간으로 하는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뒤 불과 3개월여만인6월15일 남북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성사시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