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주자의 이점을 살려 시장을 먼저 장악한다는 장기 목표아래 중국기업들의 북한 진출이 러시를 이루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의 자매지 참고소식(參考消息)은 31일 평양 특파원 기사에서 북한에 합작 진출한 한 자국 기업의 예를 들어 북한 진출 전략을 소개했다. 지린(吉林)식용유수출입회사 평양대표부는 북한의 평양담배종이제조공장과 합작공작을 설립하고 올들어 여성 생리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검은꼬리 고지새'라는 상표의 이 생리대는 지난 3월8일 부녀절 직전 평양 시내각종 시장에서 선보였다. 각 기관에서 부녀절 선물로 제공된 제품들이 시장으로 흘러 들어온 것이었다. 중국 측이 생산 설비와 원료를 제공하고 북한측이 공장, 노동자, 물과 전기, 세금 운송비용을 대는 조건으로 생산된 이 생리대는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난의 행군'을 해온 북한 일용품 제조업계에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 변화는 중국 기업의 북한 진출 전략에서 비롯됐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 1990년대 저가의 저질 상품으로 러시아 시장을 공략하던 전철을 밟지 않고 북한 초기진출때 고품질 일류상품을 만들어 `중국제'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공장의 저장(浙江)성 출신 중국인 기술책임자 허웨이둥(何偉東)은 고온속에소독을 한 고품질의 원료가 중국에서 수입되고 생산 시설도 선진 자동화 설비라고소개했다. 이 기업의 1차 목표는 높은 이윤 창출이 아니다. 제품의 인지도를 널리 알리고`광고 선전'효과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있다고 역시 저장 출신의 공장관리자왕린창(王林强)은 털어 놓았다. 북한은 아직 여러가지 여건이 미비해 생산을 하고 시장을 개척하는데 많은 난관이 있지만 그래도 중국 기업은 특수상황 속에서 우선 진출의 특혜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의 이익을 바라지 말고 장기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업이 북한 합작 생산에서 겪은 애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좀 더 그럴듯한 상표를 만들고 싶었지만 북한측 파트너가 `검은 꼬리 고지새'라는 낯선 상표를 자신의 유일한 상표라며 이를 고집해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광고 시장도 엄격히 제한돼 제품 광고를 할 길이 없었고 정전이 잦고 전압이 불규칙해 생산이 수시로 중단되고 설비를 망가뜨리기도 했다. 문화, 정치상의 차이도 많았다. 노동자들은 매주 목요일 오전 정치학습에 참여해야하고, 적령기의 남성들은 6개월간 군 훈련에 동원되기도 한다. 북한 시장 진출에 이러한 숱한 난관이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조급해 하지 않는다. 시장 진출 발판을 만드는 데 최소한 2~3년을 투자하고 다시 시장을 개척하고 나서 최종적으로 시장을 점령하는 것이 목표라고 지린식용유수출입회사 평양대표부 지뎬림(吉殿林) 대표는 공개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