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연구개발사업에 참가한 기업이주무 행정기관과 맺은 협약을 위반할 경우 1∼2년간 다른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금지토록 한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제30조)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기업의 사업참여 제한은 `공권력 행사'에 해당되는데도 과학기술기본법 시행령은 상위법률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내려진 이번 판결로 향후 국가연구개발 사업관리와 관련된 법령 정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권순일 부장판사)는 24일 정부와 협약을 맺고 항만콘크리트 개발사업에 참여한 벤처기업 I사 대표 김모씨가 "협약을 이행할 능력이 없다는이유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2년간 참여할 수 없도록 한 정부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과학기술기본법은 국가연구개발 사업의 기획과 개발협약,연구비 지원 등을 다루고 있지만 협약을 어겨 제재조치를 받은 기업들에 대해 사업참여를 제한하는 규정은 시행령에만 나오는 만큼 모법(母法)의 위임범위와 한계를벗어났으므로 무효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같은 처분이 정부와 기업이 맺은 협약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해당 기업이 다른 정부기관의 사업을 발주받을 권리마저 차단하고 있으므로 이 처분은 속성상 사법(私法)적 테두리를 벗어난 `공권력 행사'에 해당되며법적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 회사는 연구개발 성과가 부진했던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의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해 정부의 계속적 지원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협약을 해지당한 것이므로 시행령에 나오는 기업 참여제한 요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I사는 2002년 7월 해수부와 기술개발 협약을 맺고 항만콘크리트 개발사업에 참여했으며 이듬해 7월 이 부처 산하 한국해양수산개발원으로부터 `사업 진행이 양호하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뒤이어 실시된 2차 평가에서 사업중단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해수부가 같은해 11월 `연구개발 결과가 극히 불량하다'는 이유를 들어I사와 협약을 해지하고 2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처분을 내리자 소송을 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