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집권 노동자당(PT)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현지 언론의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PT는 오는 2006년 말 치러질 대통령선거를앞두고 중도우파 노선을 과감하게 수용할 의사를 밝히는 등 정권재창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현지 언론은 "차기 대선과 관련한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거듭된 발언에도 불구하고 집권 이후 이어지고 있는경제적 성과와 대외적인 위상 강화를 바탕으로 정부와 PT 내부에서 내년 대선을 겨냥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재 정권재창출 작업과 관련해 가장 주목을 끄는 인물은 룰라 대통령의 최측근가운데 한 사람인 조제 지르세우 정무장관. 지르세우 장관은 지난 19일 PT 창당 25주년 기념식에서 "PT는 룰라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중도우파로 불리는 정당들과 정치적 동맹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말해 정권재창출을 위한 작업이 시작됐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올해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내년에 좀 더 큰 발전을 이루어야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룰라 대통령의 재선을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말해 정부와 PT의 목표를 정조준했다. 룰라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에 관한 논의가 나올 것을 의식해 행사에 참석하지않은 가운데 열린 이날 기념식에서 지르세우 장관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시종 분위기를 이끌었다. 지르세우 장관은 브라질내 좌파의 태동 단계에서부터 2002년 말 집권에 성공하기까지의 역사적인 흐름을 길게 설명한 뒤 "PT의 책임은 사회적 혁명을 이루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발전 계획을 유지하고 결실을 보아야 한다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룰라 정부는 현재 전임 페르난도 엔히키 카르도조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정부가8년동안 이끌어온 브라질을 재구성하고 있으며, 비참한 생활을 하는 국민들을 외면한 채 이루어진 '국민없는 국가발전'으로는 브라질에 미래가 없다는 말로 정권재창출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지르세우 장관의 이날 발언은 룰라 대통령의 입장과 야당의 반발까지 감안한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 자신은 "올해는 선거의 해가 아니며 우파 정당과 야당을 대선논의로 끌어들일 의도는 없다"고 말했지만 하원의장을 야당에 뺏기는 등 의회내 기반이 취약한 PT로서는 대선논의를 선점함으로써 야당으로 하여금 가장 유력한 후보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룰라 대통령에게 일찌감치 '줄을 서도록'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효과를노렸다는 분석이다. 또 여기에는 코 앞에 다가온 개각에서 야당의 유력인사를 각료로 영입하려는 룰라 대통령의 노력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한편으로는 중도좌파의 단결력을 강화하고,또 다른 한편으로는 중도우파 정당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하는 이중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PT는 최근들어 부쩍 "다른 정치세력을 실체로 인정해야 하며 우리는 중도우파의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다"면서 그동안 소원했던 중도우파 정당에대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PT의 이같은 입장 변화에는 룰라 대통령의 의중이 깊게 반영돼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의 견해다. 심지어 최근 PT 내부의 한 토론회에서는 "중도우파 정당과 연합을 한다고 해서전략이나 전술적인 혼란이 초래될 이유가 없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다른 정치노선과 화해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기도했다. 룰라 대통령은 여전히 겉으로는 대선 논의에서 비켜서 있지만 곧 발표할 개각내용을 통해 내년 대선 전략까지를 염두에 둔 자신의 구상을 밝힐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fidelis21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