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리바. 경제전문가들은 일본경제의 현주소를 이렇게 비유한다. 오도리바는 춤추는 곳. 계단과 계단사이의 일시적 휴식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제가 상승세로 향할지 내림세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도장이란 뜻을 감안하면 올라갈 것이란 기대가 훨씬 크다. 미국은 경기회복 국면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침체국면을 소프트패치(soft patch)라고 부른다. 오도리바는 소프트패치보다 낙관적인 개념임에 분명하다. 일본의 독도영유권 시비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지난주,기자가 도쿄에서 만난 정치·경제계 인사들은 한결같이 "여름 이후의 일본경제를 지켜보라"고 장담했다. 본심(혼네)을 여간해서 드러내지 않는게 일본인들의 특징이다. 음덕(陰德,숨은 덕행)을 중시하는 측면 못지않게 은밀하면서도 치밀한 성격 때문인지도 모른다. 독도영유권을 끊임없이 제기,국제문제로 비화시키면서도 '한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일우호의해와 한류열풍을 화해카드로 내미는게 그들이다. 그런 일본인들이 경제에 관한한 이례적으로 강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나서 기자를 놀라게 했다. 지금의 장기불황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스스로 규정하며 고개를 숙여온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주초 일본정부가 지난해 4분기(10~12월) GDP 2차 수정치를 발표,당초의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수정하자 예상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철강·화학분야는 이미 공급부족 상태다. 4월 이후 IT(정보기술)분야의 재고조정이 끝나면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다"는게 그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아사히맥주의 세토 유조상담역(일한경제협회장)은 "최근 일본 최고 경제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한 경기전망 조사에서 모두 낙관론을 표명했다"며 "이런 결과는 일본인들의 성향을 감안할때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경제엘리트들은 특히 공공투자확대와 같은 부양책을 투약하지 않고서도 일본경기가 회복기조로 방향을 전환한데 상당한 만족감을 표명했다. 일종의 '비아그라' 없는 성장이란 것이다. 마쓰시마 노리유키 닛코시티그룹증권의 자동차애널리스트는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의 경우 달러당 90엔까지 환율이 떨어져도 생존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엔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장기불황의 늪으로 빨려들어간 사실을 감안하면 일본은 잃어버린 10년동안 환율공포에서도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쌓아온 셈이다. 요시카와 히로시 내각부 경제재정자문회의위원(도쿄대교수)은 일본 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도리바에 올라섰다고 낙관했다. 또 올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정부는 1.6%,민간은 1.3% 정도로 예상하고 있지만 과거와는 달리 마이너스성장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없다고 덧붙였다. 지금 나고야 인근 아이치현에서는 아이치엑스포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일본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는 국제박람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충만하다. '잃어버린 10년.' 일본주식회사는 그 암흑기 동안 허송세월만을 한 것은 아니다. 경제대국으로의 재도약을 발판으로 이웃국가들과의 영토분쟁과 군대합법화를 위한 헌법개정 등을 추진하며 아시아 제패의 야심을 구체화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영규 증권부장 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