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마초(사내다운 남자)' 분위기가 강한 중남미 지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뽑히는 칠레의 오는 12월 대선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칠레의 선거 전문가들이20일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는 12월12일 칠레 차기 대선을 앞두고 최근 실시된 각종여론조사에서 장관을 역임했던 두 여성 미셸 바셸레(52) 전 국방장관과 솔레다드 알베아르(54) 전 외무장관이 압도적 표차로 3위 후보를 따돌리고 1, 2위를 기록했다. 외과의사 출신의 바셸레 전 장관과 변호사인 알베아르 전 장관은 모두 칠레 여성으로는 최초로 국방장관, 외무장관에 올랐으며 이젠 두 여성 중 한 명은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등극할 날을 눈 앞에 두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대부분 조사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는 바셸레는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됐으며, 기독교민주당 대선 후보로 안착한 알베아르와집권 중도좌파연정 단일 대선 후보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후보 선정방식을 놓고 두 정파간에 한창 협상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정치인으로는 지난 대선에서 라고스 대통령과 맞붙었고 산티아고 시장을역임한 호아킨 라빈 전(前) 대선 후보가 보수우익연합 `칠레를 위한 동맹' 후보로나설 것으로 보이나 올 초반부터 두 여성 후보와 큰 격차를 보이는 3위로 밀려난 상태다. 이미 작년부터 두 여성은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 칠레 대선정국의 여성파워 돌풍을 예고했다. 바셸레 전 장관과 알베아르 전 장관은 각각 변화를 상징하는 사회 혁신가, 2000년부터 외무장관을 4년 간 역임한 정치 전략가 이미지를 풍기며 보수적 가톨릭 문화권 칠레의 사회변화를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바셸레 전 장관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 집권 초기 고문으로 숨진 군 장성의 딸로 국외 추방 등 고초를 겪었으며 2000년 보건 장관으로 정계에 공식 입문했다. 법무장관도 지낸 알베아르 전 장관은 칠레 사법제도 근대화에 크게 기여했으며,외무장관 재임시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성사시킨 칠레 통상외교의 주역이기도 하다. 두 여성은 모두 여성인권 개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자유무역경제 정책을 기조로 하면서 빈민들을 위한 사회제도 개선 등 라고스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중도좌파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