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중인 박 대표는 19일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결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계획도 없다"며 "지금은 나라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선친인 고(故) 박정의 전(前)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선친을극복한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면서 "부모가 극복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 나라를 일으켰던 아버지 시대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지금의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른만큼 내가 다르다는 말도 할 필요가 없다"고 못박았다. 박 대표는 다만 "사심없이 국익을 최우선에 놓고 비난을 받더라도 실천했던 아버지의 정신은 세월이 달라져도 명심하고 지켜나가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이 핵개발을 추진한 것이 타당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당시 상황을 잘 모른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이 (안보 우선 순위에서 한국을 제외한) 닉슨 독트린을 발표한 상황에서 어떻게 나라를 지켜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던 당시 시대상황을 놓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나 한나라당의 지지층이 너무 기성세대에 치우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대해 그는 "250만명 가까이에 이른 내 미니 홈페이지의 방문객 가운데 상당수가 초등학생에서 중.고교생 또는 대학생이며 젊은 층과도 많이 대화하고 있다"면서 "지지층이 집중돼 운신의 폭이 좁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적당한 시기에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대통령 선거가 많이 남아있는데다 경제가 어렵고 안보위협도 있는데 정치권이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데 주력해야지 딴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는 말로즉답을 비켜 나갔다. 박 대표는 그러나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배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도능력이 문제가 될 뿐 성별이 문제가 되지 않을만큼 사회가 변화했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의 덕목으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국가관"이라면서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하고 사심없이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가장 존경하는국내외 정치인으로는 "소신이 확고했고 인기에 영합하지 않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를 꼽았다. 방미 활동에 관해 박 대표는 "북한을 제외한 6자 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이 핵을포기할 때 어떤 대가를 받을 수 있을지, 또 끝까지 핵을 고수할 때는 어떤 암담한미래가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내가 만났던 미국 행정부와 의회, 싱크 탱크, 언론 등의 관계자 상당수가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북한의 핵포기라는 원칙에는 공감하고 있는만큼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하며 한국 정부도 혼돈스러운 메시지를 보내서는 안된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워싱턴에서 면담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제럴드 포드전(前)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방한했을 당시 육영수 여사의 사망 후 자신이 영부인 역할을 대행했음을 회고하면서 한라당 대표단 일행에게 몸소 집무실을 안내하는 등 후의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박진 의원은 "미국 국방장관이 하위 간부의 면담시 잠깐 들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외국의 야당 대표를 접견하고 집무실까지 안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박 대표와의 개인적인 인연이나 박 대표의 정책관에 대한 공감으로인해 각별한 호의를 베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난 2년여동안 우리나라는 정치과잉의 시기를 겪었으나 이제는 대통령과 여당이 경제에 올인하겠다니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행정수도 문제로 한나라당이 분열위기를 겪고 있는 것에 대해 박 대표는 "민주적 절차를 밟아 결론이 나면 당론을 지키는 것이 대표의 임무"라면서 "절차를 거쳐결정된 내용을 다시 투표하고 또 바꾸면 누가 그 당을 믿어주겠는가"고 지적해 원칙을 견지할 뜻임을 내비쳤다. 박 대표는 다만 "반발하는 분들의 입장도 감안할 부분이 있는 만큼 위원회를 구성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당에서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한나라당은 정당 민주화의 과도기에 있으며 예전에는 가보지 못한길을 가고 있다"며 "부작용이 있고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 갈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