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강행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조례안 통과와 관련, 라종일(羅鍾一) 주일 대사의 소환을 대응책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14일 "한일관계가 어려워질수록 주일대사의 할일은 많아질 것으로 보이며 전체를 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 당국자의 이러한 언급은 그간 정부 안팎에서 단호하고 엄정한 대응의 일환으로 주일대사 소환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고 정부도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굳이 부인하지 않아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 배경과 관련, 우선 일본 자치단체의 돌출행동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은 반드시 해야 하지만 주일대사 소환으로 대응할 경우 자칫 대외적으로 `외교분쟁'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며,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도 `분쟁'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이를 피해야 한다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며 극단적으로 말해 일본도 전쟁을 각오하지 않고는 차지할 수 없다는 것을잘 알고 있다"며 "따라서 주일대사 소환은 `영토분쟁'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에서 절대로 금물"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학 전공의 교수도 "독도는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선언적인 조치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중국-일본 간의 분쟁 대상인 댜오위타이(釣魚台.일본명 센카쿠열도)문제와 관련, 중국과 대만은 `도발'하고 일본은 애써 `무시'하고 있는 사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따라서 수세적인 입장에서는 가능한 국제법적인 `싸움'을 피하는게 현명한 처세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음달 5일로 예정된 일본 보수우익계열의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결과 발표에 대비해 `카드'를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 주일대사 소환을 늦춰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통과를 이유로 주일 대사 소환카드를 쓰고 나면, 검정 결과가 그간의 우려대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왜곡이 걸러지지 않은 채 나왔을 경우 `마땅한'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01년 이른바 1차 교과서 파동 때에 당시 최상룡 주일대사를 소환하는 방법으로 강한 항의의 뜻을 전한 바 있다. 한일 양국간에 정면 충돌보다는 물밑대화 분위기 조성차원에서 주일대사 소환카드를 거뒀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측도 추가 상황 악화를 막는 수습책 마련을 위해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대사를 불렀고, 우리 정부도 그에 호응해 주일 대사 소환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접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안이 정식 통과되면 일단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와는 별도로 정부는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공고히 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아울러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시마네현과의 교류를 단절토록 유도하는 한편 시마네현이 생산한 상품에 대해 적극적인 불매운동을 하는 시민단체의 캠페인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이상헌기자 kjihn@yna.co.kr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