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철저한 계획도시다.


로마노프 왕조의 표트르 대제가 지배층 내 암투가 극에 달했던 모스크바를 벗어날 목적으로 1703년 첫 삽을 떠 30여년 만에 완성한 당시의 신수도였다.


이후 2백여년 간 러시아의 수도로 기능했던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서유럽의 문물을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네바강 하구 삼각주 지역의 섬들을 짧은 다리로 이어 붙인 이 도시는 수로가 많기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유럽으로 향한 창'이란 별칭 외에 '북방의 베네치아'로도 불린다.


도시의 중심거리는 넵스키 대로다.


서울의 세종로라 할 이 길 주변에 볼거리가 널려 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으뜸이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


그 규모가 엄청나다.


3백50개의 방으로 된 박물관은 동선 길이만 해도 10km에 달한다.


소장 작품은 1만2천점의 조각, 1만6천점의 회화, 60만점의 판화와 데생 등을 포함해 3백만점에 달한다.


표트르 대제의 손자이며 남편인 표트르 3세를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 여걸 예카테리나 2세가 2백26점의 회화를 구입하면서부터 규모가 커졌다.


서유럽 문화를 러시아에 접목시키려 했던 그녀는 광적인 미술품 수집가였다고 한다.


그래서 사들인 미술품을 혼자만 즐기기 위해 겨울궁전 옆에 별관 에르미타주(프랑스말로 은자의 집)를 세웠던 것.


박물관에는 현재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벤스, 렘브란트, 르누아르, 고흐, 고갱 등의 진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겨울궁전으로서의 박물관은 당시 황제의 생활상도 보여준다.


게오르기홀에서는 황제의 쌍두 독수리 문장과 황금옥좌를 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조금 걸어가면 '피의 사원'이 있다.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바실리사원과 겉모습이 비슷한 사원이다.


1881년 알렉산더 2세가 테러를 불사했던 급진주의자들에 의해 폭탄테러를 당했던 장소다.


피의 사원이 예쁘다면 이삭 성당은 웅장하다.


성당 내부는 성서의 내용을 묘사한 러시아 화가들의 회화와 조각품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돔의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페트로파블로스크요새도 필수 코스.


도시가 시작됐던 요새로 1백21m의 첨탑과 로마노프왕가의 무덤으로 사용된 사원이 있다.


18세기 중엽부터 형무소를 겸했다.


네바강쪽으로 난 '네바의 문'이 사형 5분 전 특사로 풀려난 도스토예프스키의 일화로 유명하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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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내달 26일부터 주2회 상트 페테르부르크 직항편 운항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에서 북서쪽으로 6백50km 지점, 발트해 동쪽 핀란드만 깊숙한 곳의 네바강 삼각주에 자리하고 있다.


제정 러시아 때 2백여년 동안 러시아의 수도였다.


인구는 5백만명.


주민들은 '문화중심 도시' 산다는 자긍심이 강하다.


많은 러시아 문호와 음악가들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묻혔다.


1990년 도시 일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대한항공은 4월26일부터 매주 2회(화·토요일) 상트 페테르부르크 직항편 운항을 재개한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인천~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연결했던 직항편은 겨울시즌 동안 운항을 쉬었다.


비행시간은 9시간 10분 정도.


나스항공(02-773-3773), 노랑풍선(02-774-3822) 등이 상트 페테르부르크도 들러가는 러시아 북유럽 일주 패키지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