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현이 원자력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고 있다. 온천 관광지와 사과 참마 산지로 꼽혀온 아오모리현이 원자력연료 클러스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구 1만2천명의 한적한 촌마을 로카쇼무라에 원자력연료 클러스터가 들어서면서 대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처음엔 한국처럼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아오모리현과 클러스터 운영회사인 니혼겐넨(日本原燃)이 함께 나서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히라다 요시오 니혼겐넨 부사장은 로카쇼무라가 일본의 원자력연료 집적센터로 자리잡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92년 가동에 들어간 로카쇼무라 원자력연료 클러스터는 우라늄 농축공장,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매립센터,사용후 연료 재처리 공장,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저장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바다로 이어진 습지 주위를 따라 'C' 모양으로 자리잡은 클러스터의 위쪽 끝에는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매립센터가 있다. 1,2호 매립지에 폐기물이 담긴 용량 2백ℓ짜리 드럼 17만개가 보관돼 있다. "최대 3백만개까지 묻을 수 있어 앞으로 1백년 이상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처리 공장은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하는 곳으로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체 클러스터 조성비 2조6천억엔의 80%가 이곳에 투입됐다. 재처리 과정에서 나온 플루토늄과 우라늄 연료를 혼합한 새로운 연료인 '목스'(MOX) 생산 공장도 건설되고 있다. 클러스터 조성으로 80년대 초반 1백만엔에 불과했던 1인당 소득이 2000년엔 3백20만엔으로 급증했다. 일본 전국의 평균치(2백99만엔)를 넘어서고,아오모리현 내 1위의 부자마을이 된 것이다. 히라다 부사장은 "4백억엔에 이르는 정부 교부금이 지원되고 2천여명 종업원의 절반을 지역 출신으로 채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클러스터 조성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니혼겐넨은 지난 85년 아오모리현으로부터 입지 허가를 따냈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일부에서 폐기물처리 공장 건설로 인한 오염발생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산물의 하나인 채소판매가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니혼겐넨은 방사능에 대한 홍보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아오모리현과 손잡고 하루 24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주민들도 종업원으로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히라다 부사장은 "폐기물처리 시설에 대한 반대운동은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며 "방사능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로카쇼무라(일본 아오모리)=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