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 중앙대 교수ㆍ경제학 > 어떤 정신없는 사람이 초상집에 문상을 가서 하지않아도 될 인사를 했다."집안에 별고 없습니까?" 아차 실수를 깨닫고 나니 상주께 무슨 말이든 붙여야 할 것 같았다.마침 밖을 보니 까치가 앉아있기에 얼른 물어봤다."저 까치 집에서 기르는 까친가요?" 망신만 당하고 방을 나서려니 아직 미련이 남는다.신발대를 보니 내 신발 두 짝만 남아있기에 다시 한마디 뱉었다."나쁜 놈들,제 신발은 다 신고가고 왜 내 신짝만 남겨놨나!" 쓸데없는 일은 집착할수록 꼬이고 엉뚱한 일로 뒷막음을 해야 한다.요사이 수도권 인심사려고 발전방안을 쏟아내는 정부가 꼭 황망 중에 집 까치인가를 묻는 문상객과 같다.수도권에 공장 신·증설규제를 허용하고 대학신설,이전,정원 증원을 다 들어주고 그린벨트도 풀고,급기야는 서울공항을 이전해서 도시시설을 만들겠다는 선전까지 나왔다.원래 서울은 과밀해 숨이 막혀 못살 곳이라며 충청도 천도를 극구 주장했던 분들이 대통령과 여당 아닌가.다름아닌 바로 그 집단이 이제는 수도권 과밀화를 위한 보따리를 있는 대로 다 풀겠다니 이것이 제 정신인가.만약 다음에 영·호남의 표심이 요동치면 그때는 어떤 구실로 무슨 일을 벌일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수도분리나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애당초 불필요한 사업임이 과거 수없이 지적된 바 있다.모든 공공조직은 각자 할 일이 있어 존재하는 것이지 국가의 부족한 곳을 땜질하기 위해 장만한 것이 아니다.그런데 국가조직 수백 개를 몽땅 파내 마치 화단 만들듯 이곳저곳에 옮겨 심으려는 정부를 과연 세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그 조직의 경쟁력과 존재가치를 무시하고 국민에게는 말할 수 없는 불편과 부담을 주는 처사다.그럼에도 정권은 국토균형발전의 명제를 신주처럼 받들면서 온갖 반대의견을 눌러왔다. 그러나 이번 일로 정권의 진의가 여지없이 폭로됐다.수도이전은 당초부터 표가 목적이었지 국토균형개발이나 베이징,멕시코시보다 못한 서울의 숨통을 트는 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음을 정부 스스로 밝힌 것이다.수도권에 멀쩡히 새 청사를 마련한 정부부서와 공기업들이 다 새집 버리고 지방으로 이사가야 한다.지방에는 이들을 유치할 집을 새로 짓고 서울의 빈 집은 전국 각처에서 입주자를 모집해 채운다니 이게 무슨 바보놀음인가.과천청사는 연구소를 유치하거나 벤처타운을 만든다는데 당초부터 연기 공주를 벤처타운으로 하면 안되는 것이었나. 오늘날의 이런 코미디는 곧 우리 국민과 정치의 수준을 반영한다.모든 정치집단이 온통 제 표 제 이득만 계산하고 공적 이익과 체신은 돌보지 않는 천한 집단이 되려고 하기에 이런 창피한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우선 정부 여당은 어떻게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고 속일 수 있는가.기왕지사 모든 일이 드러났으니 정상적인 정부라면 과거의 무리를 단칼로 자르고 벌인 일의 수습에 나설 것이다.그것이 국민에게 봉사하고 정권의 지지도를 항구적으로 높이는 길임을 알아차릴 것이다.그런데 우리는 과연 이 정권에게 그런 기대를 걸 수 있는가? 야당은 도무지 목표도 결의도 찾을 길 없는 정당이다.수도이전문제를 오직 표만으로 계산했고 그 계산도 제대로 못해 충청도의 불확실한 표 몇장을 수백만 수도권 지지표와 바꿨다. 이 중차대한 당론을 결정하는 마당에 의원의 3분의 1이 불참했다.과거 여당이 실정할 때마다 자책골을 더 먹어 수많은 지지자들에게 여당보다 더 보기 싫은 정당이 됐다.이런 정당이 수권정당될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정권교체의 꿈은커녕 여당의 무소불위 전횡을 견제할 방도조차 없다. 충청도에서는 이제 당초부터 충청도정당이 되기를 표방하는 희한한 정당이 출현할 모양이다.점잖은 조상 덕에 '충청도 양반' 소리를 듣던 충청도 사람들은 앞으로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다.그 이기주의가 오죽 돋보였으면 행정수도만 파먹고 살겠다는 신당이 출현하겠는가.우리의 국민수준이 이 정도에 머무는 한 우리 모두는 엉뚱한 것에나 화풀이하며 이렇게 사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