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학생은 없습니다.


다만 문제 가정과 문제 사회와 문제 학교가 있을 뿐이죠."


원불교의 원로 교무이며 평생 '사람사랑'의 교육을 실천해온 효산 조정근 종사(71·원광학원 이사장)가 교육 현장에서의 체험과 삶의 지혜를 담은 책 '나는 평생 아버지 흉내만 낸다'(고려원북스,1만원)를 펴냈다.


책에는 지난 77년부터 8년간 휘경여중 교장으로 일하면서 참교육을 위해 애썼던 경험들과 교육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장이 된 뒤 규율부가 교문 앞에 서거나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어요.


대신 교문에는 평균대를 10여개 갖다 놓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걸어서 통과하게 했지요.


삶에서 중요한 것이 균형을 잡는 것이거든요.


정신과 육신의 균형,물질과 학문의 균형 같은 것 말입니다."


교정의 나무에 열린 사과와 감 등을 지키기 위해 둘러친 철조망을 없앤 일,퇴학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사·학부모와 머리를 맞댄 일,지각생을 야단치는 대신 양호실에서 상담해 고민을 들어준 일 등이 감동적이다.


효산 종사는 순자의 성악설,맹자의 성선설을 모두 부정한다.


사람은 누구나 빈 상자로 태어나며 본성은 선도 악도 아니지만 능히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효산 종사는 "교육이란 내가 바로서니 아이들도 바로서게 됨을 발견하는 작업"이라며 그 사표(師表)로 '바른 삶'을 몸소 보여준 아버지를 든다.


책 제목도 여기서 따왔다.


사람 사랑을 배우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천 사례와 삶의 스승들,성직자로서의 삶과 생각 등이 명상록처럼 다가온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