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성부(李盛夫.63) 씨가 8년여간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쓴 연작시 '내가 걷는 백두대간'이 완결돼 시집으로 나왔다. 이 시인의 여덟 번째 시집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창비)는 4년 전 출간된시집 '지리산'을 잇는 '내가 걷는 백두대간' 연작시의 완결판이다. 이 시집은 연작시 82-165번을 묶은 것으로 모두 84편을 수록했다. 신작 시집에서 시인의 발길은 "큰 산줄기가/지리산 긴 몸뚱어리 뒤로 남겨두고/제 갈 길을 찾아 올라간다 고즈넉하게"('가재마을' 중)라고 노래한 지리산 자락에서출발한다. 발길은 백두대간의 남측 한계선인 금강산 진부령으로 이어지고, 대간의길이 끊기는 향로봉 전승비 앞에서 "아 사람이 가야 산천초목이 가고 짐승이 가고/이어진 마음의 끈도 따라가는 것을"('발길 돌리다' 중)이라고 한탄하며 멈춘다. 시인은 남쪽의 지리산에서 출발해 덕유.속리.태백.두타.오대.설악산의 마루금(산마루끼리 연결한 선)을 밟으며 북상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주말을 이용해 한 달에 한두 차례 토막산행을 시도한 것이 2004년 6월에야 끝났다. 시인은 "1980년대 중반 산악인이자 지도제작자인 이우형 씨를 통해 '백두대간'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면서 "이어 1993년 산악인이자 의사인 조석필 씨가 쓴 '산경표를 위하여'를 읽고 백두대간을 종주해보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산행 체험과 백두대간 주변의 역사.문화.사람의 삶을 시와 산문으로 정리해 보겠다는 뜻을 갖고 쓴 것이 일련번호가 붙은 '내가 걷는 백두대간' 연작시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시인은 "오랜만에 짚어보는 지팡이 모가지 잡은/내 왼손을거쳐/땅 기운이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알겠다"('나무 지팡이' 중)며 자연과 하나되는 기운을 느낀다. 시집에는 "횃불 켜들고 육십령으로 몰려가서/밤새워 숨죽이며 왜놈들을 기다렸다"('옛적에 죽은 의병이 오늘 나에게 말한다' 중)거나 "하늘 갈기갈기 찢는 총소리온 산을 뒤흔들었다"('거창 땅을 내려다보다' 중)거나 "이 골짜기를 졸면서 행군하다 떨어져 죽은 사병과/조심스럽게/흔적도 없는 그 죽음 천길 벼랑 내려다보고/속수무책 돌아서서 발길을 옮겨야 했던/그 청년 장교 생각하면서 간다"('청년 장교 리영희' 중)처럼 산줄기에 어린 역사의 상처와 무고한 희생을 위무하는 시편이 많다. 시인은 산에 오를 때 "왜 나는 산에 오르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않는다고 한다. 그것은 시를 쓸 때마다 "왜 쓰는가"라고 묻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계는 '유소백산록(遊小白山錄)에서 "처음에 울적하게 막혔던 것이나중에는 쾌함을 얻는다"며 공부하는 과정을 산행의 과정에 비유했음을 상기시켰다. 그래서 시인은 "산을 배우면서부터/참으로 서러운 이들과 외로운 이들이/산으로만 들어가 헤매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느껴질 때는 이미/그것들 저만치 사라지는 것이 보이고/산과 내가 한몸이 되어/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잊어버렸을 때는/머지않아 이것들이 가까이 오리라는 것을 알았다"('산을 배우면서부터' 중)고 노래한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