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접수가 한창인 가운데 미군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던 강제징용자 명부가 처음 공개돼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전남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에 사는 김귀엽(72.여)씨가 공개한 이 명부에기록된 강제징용자는 무려 1천706명. 일본이나 사할린 등지에서 강제 노역에 끌려갔던 징용자들의 신고가 잇따르고있지만 이처럼 일본군으로 참전했다가 미군의 포로로 복역했던 명단이 대거 공개되기는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 명부 표지에는 'FREE PRESS KOREA'라는 영문 제목 옆에 '자유한인보'라는 한글 제목이 병기돼 있고 제7호 부록이라고 명시돼 있다. 무엇보다 주소록 작성을 위해 도움을 준 하월(H.K.Hawell) 대위와 인쇄에 도움을 준 라일 머슨(Lale Mussen) 일등병에게 감사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명부 작성에 미군이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미군이 어떤 용도로 명부를 작성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전쟁포로를 수용하면서 한국 출신 일본군을 따로 관리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만약 미군이 한국 출신 징용자만을 별도로 관리해왔다면 이번에 공개된 문서 외에 추가 명단이 존재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 한인포로수용소 주보계(週報係)가 명부를 작성한 것으로 표기돼 있어 포로수용소 내에 한인들만의 별도의 조직이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비록 해방 이후 명부를 가져온 홍기동씨가 이미 작고해 정확한 명부 작성 경위와 의도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본군으로 참전했다가 미군의 포로수용소에서 복역했던 징용자들의 피해 보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명부에는 황해도부(黃海道部), 경상북도부(慶尙北道部) 등 지역별로 나눠 기재돼 있어 이들을 지역에 따라 부(部)를 두고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징용자들의 경우 주소지도 군,읍,면,리 단위에다 번지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고 대부분의 주소지가 읍,면,리 단위까지 적혀있다. 무엇보다 명부 작성시 징용자들을 지역별로 묶으면서 같은 지역끼리 세분화해체계적으로 명부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된 강제징용자의 명단이 공개됨으로써 앞으로 피해자 보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주시 관계자는 "이번처럼 많은 수의 징용자 명단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며"이 명부를 토대로 나주지역을 위주로 우선 피해자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minu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