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투자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계속되는 '과열' 경고음에도 주저없이 500선을 돌파했고 시가총액은 근 2개월만에 12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연초부터 후끈 달아오른 코스닥이 과연 어느 지점에서 폭죽을 터뜨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7개월만에 500선 돌파 랠리가 시작된 건 지난해 폐장일인 12월30일. 380선을 회복한 채 2004년 장을마감한 코스닥은 새해 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작년 연중 고점(491.13)을 넘어서더니 곧 이어 500선마저 훌쩍 돌파했다. 지수가 500선을 넘은 것은 지난 2003년 9월4일 이후 1년5개월만이다. 이어 지수는 515선까지 올랐다가 조정을 받았으나 25일 502선으로 출발, 500선을 다시 회복했다. 작년 폐장일 이후 무려 117포인트(30.8%)나 올랐다. 랠리 기간에 지수는 8일 연속, 7일 연속, 5일 연속 상승 등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경고음이 잇따랐으나 이렇다할 조정 없이 뛰어올랐고최근 들어서야 한차례 조정을 받았다. 다만 장중에 주가가 급락했다가 만회하는 '롤러 코스트' 장세를 수차례 연출해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주가 상승으로 시장의 규모도 부쩍 커졌다. 작년 말 31조1천억원대이던 시가총액이 42조7천억원대로 11조6천억원이 불어났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1월 1조4천억원대, 2월 1조7천억원대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랠리가 시작되기 이전인 작년 12월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천억원대에 그쳤었다. 코스닥 '광풍'이 불어닥쳤던 지난 2000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조4천억원대였던 점에 비춰보면 지금의 코스닥 열기를 가늠해볼 만하다. 이러한 랠리는 개인투자자들과 연기금의 '쌍끌이' 덕분이었다. 올 들어 지난 24일까지 개인들은 1천862억원을 순매수, 랠리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기관들도 805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이중 연기금 순매수 금액이 740억원을 차지,사실상 연기금에 의해 주도됐다. 이에 비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817억원을 순매도해 랠리를 보유 주식 처분의 시기로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저평가 해소..테마주 광풍 증시 분석가들이 진단하는 코스닥 랠리의 핵심 요인은 투자심리 호전이다. 증시의 체질 변화 기대감 등에 거래소 종합주가지수 1,000 돌파가 가시화된 가운데 장기 침체에 따른 코스닥의 '저평가' 인식이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말 정부의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 발표와 삼성전자 4.4분기 실적발표를 계기로 한 정보기술(IT) 업황 둔화 우려 희석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진단이다. 대신경제연구소 함성식 연구원은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 기대감, 개인투자자 참여 증대, 채권에 대한 메리트 상실로 인한 주식시장으로 자산 이동 기대감 등이 코스닥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진단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축적된 저평가 상태를 발견하고 긍정적인 향후 증시 전망에 행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총 상위 우량기업들로 구성된 증권사 분석 대상 40∼50개 코스닥기업의 경우작년 영업이익이 사상 최고를 나타낸 데 이어 올해에도 분기별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의 실적호전이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각종 테마주들이 '광풍'을 불러일으켰다가 최근에야 누그러들기 시작했고 반대로 상대적으로 잠잠하던 시가총액 상위의 우량종목군으로 시장의 관심이 이전되고 있어 '청신호'를 켜고 있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줄기세포 테마와 신.재생에너지 테마를 비롯해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무선인터넷-휴대인터넷-생체인식보안-바이오-신규등록주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테마주들에 주가가 몇배 오른 종목들이 속출했다. 증시 분석가들은 이러한 테마주의 주가 상승을 단기매매 세력에 의한 '폭탄 돌리기' 양상일 뿐이라며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LG투자증권 서정광 책임연구원은 "테마주들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면서 "기관과 외국인의 매수 참여로 시장 주도주가 테마주에서 우량종목군으로 바뀌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