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증권사 보고서를 못 믿겠다"는 투자자들의 불평이 늘어나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예상밖으로 매우 강한 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이에 미처대비하지 못한 것은 일반 투자자들 뿐만 증권사들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 한 증권사 두 목소리 모건스탠리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한국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등 자극적인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줄곧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주식시장이 활기를 띠고 최근에는 급등세를 보이자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의 전망은 빠르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의 박천웅 상무는 작년말 간담회에서 국내 소비와 관련, "지난 8분기 동안 민간 소득증가율이 소비증가율을 앞지른 상태며 이는 '부채조정','과소 소비' 양상을 반영하고 있으나 꾸준한 소득 증가가 결국 소비 회복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지난 18일에는 한국 증시가 재평가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12개월 목표지수 전망치를 1,120선까지 상향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4일 후인 지난 22일, 모건스탠리 홍콩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보고서에서 한국 증시 랠리가 '유동성 거품'에 의한 것이라고분석하는 동시에 한국의 경기 회복에 대해 여전히 비관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모건스탠리측은 이에 대해 자신들은 국내 증권사처럼 공통된 '하우스뷰'가 있는것이 아니라 각 지역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 투자의견은 낮추는데 목표가는 올려 LG투자증권은 지난 23일 손오공[066910]의 현 주가가 기대를 충분히 반영한 상태라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춘 반면 6개월 목표가는 올해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상향조정에 따라 기존 1만4천600원에서 1만6천500원으로 높였다. 지난 21일 하나증권도 현대하이스코[010520]에 대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중립)'으로 낮추는 동시에 목표가는 1만2천900원으로 2천원 이상 올려잡았고 지난 18일 한양증권은 웅진코웨이[021240]의 의견을 '보유(중립)'로 하향조정한 반면 목표가는 1만5천300원으로 5천원 가까이 상향조정했다. 지난 15일 메리츠증권은 현대건설[000720]의 목표가를 1만6천600원에서 2만400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도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낮췄다. 이처럼 투자의견과 목표가의 수정 방향이 반대인 것에 대해 증권사들은 최근 해당 종목의 주가가 급등해 수정된 목표가를 감안해도 투자의견 하향이 불가피한 경우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사란 건지 말란 건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 시황에 밀려 전망 수정 국내 증권업계 수위라는 삼성증권이 최근 전격적으로 시황 전망을 바꾼 것도 투자자들에겐 적잖은 충격이다. 삼성증권은 올초 종합주가지수 변동 전망치를 740∼980선으로 제시하고 대다수증권사들과 달리 줄곧 1,000포인트 돌파 가능성에 부정적 시각을 보였으나 결국 지난 22일 전망치를 840∼1,100으로 수정했다. 시황이 워낙 활황이라 수정이 불가피했던 점을 인정한다해도, 그동안 삼성증권의 분석능력을 믿고 상대적으로 보수적 투자 전략을 유지했던 투자자들은 지침으로삼았던 증권사의 뒤늦은 시각 변화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 올들어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올해 지수와 기업실적 등에 대한 시각을 비교적 큰 폭으로 수정함에따라 증권사의 예측력과 분석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낳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