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선배인 장윤희 언니를 닮고 싶습니다" '루키' 이진희(19.현대건설)가 실업 첫 무대에서 펄펄 날며 한국 여자배구가 낳은 최고의 거포 장윤희(전 LG정유)의 뒤를 이을 겁없는 신예의 탄생을 알렸다. 이진희는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벌어진 KT&G배 2005 V-리그 도로공사와의 여자부 개막전에서 풀타임 출장하며 공수에서 맹활약, 팀의 3-2 짜릿한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국가대표 센터인 정대영(23점)과 함께 센터에 포진한 이진희는 이날 신인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과 파이팅으로 무장한 채 오픈 공격, 시간차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팀내에서 4번째로 많은 13점을 올려 제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승부의 분수령이 된 4세트엔 특유의 파워를 바탕으로 팀내에서 가장 높은 80%의 공격 성공률을 자랑하며 상대 코트를 맹폭, 세트 스코어 2-2 균형을 맞추는 데 앞장서 벤치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유화석 감독의 입을 벌어지게 했다. 또 마지막 5세트 4-5로 끌려갈 때 과감한 스파이크 서브를 상대 진영에 꽂아 넣어 팀 선배 윤혜숙의 손쉬운 밀어넣기 동점타의 발판을 놓은 것도 돋보이는 플레이. 단거리 육상선수로 운동을 시작한 이진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큰 키가 눈에 띄어 배구로 전향한 후 장윤희의 모교인 전주 근영여고의 주포로 활약하다 작년말 여자배구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됐다. 비록 나혜원(LG정유), 황연주(흥국생명), 임명옥(KT&G), 오현미(도로공사)에 밀려 5순위로 실업팀의 낙점을 받았지만 신인 선수 가운데 파워와 배짱에서는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화석 현대건설 감독은 "이진희는 실력 뿐 아니라 쾌활한 성격을 지녀 실업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면서 "서전트 점프만 보완해 높이를 조금 더 끌어올린다면 장윤희 못지 않은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10대의 발랄함이 묻어나는 이진희는 경기 후 "입단 후 첫 경기라 많이 떨렸지만 선배들의 격려로 중반부터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면서 "드래프트에서밀려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실업무대에서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진희는 또 "고교 16년 선배인 장윤희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라면서 "윤희 언니의 높은 타점과 공격력을 닮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